'중동의 스위스' 오만의 대전환 - 스마트 시티 구축 - 위클리 비즈

"스마트 시티 만들어 관광산업 키운다"… '중동의 스위스' 오만의 대전환

[WEEKLY BIZ] GDP서 석유·가스 비중 낮추고, 관광·헬스케어 등 육성

무스카트(오만)=서보범 기자 / 위클리 조선의 노력과 기사에 감탄하며서 블로그에 올립니다. 

입력 2025.05.29. 17:13업데이트 2025.05.31. 08:56

 

 

 

지난 20일 오만의 수도 무스카트 '오만 컨벤션·전시 센터'에서 열린 제20회 부동산 콘퍼런스에서 현지 주민들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건축 모형을 바라보고 있다. /서보범 기자

지난 21일 오만의 수도 무스카트 외곽. 신도시 ‘술탄 하이탐 시티’ 개발 공사가 한창이었다. 무스카트 국제공항을 출발해 30분쯤 자동차로 달리자, 이내 아스팔트는 사라지고 붉은빛 모래 위로 크고 작은 돌멩이가 흩어진 비포장도로가 나타났다. 먼지 날리는 길을 10여 분 더 들어가자, 사막 한복판에는 희뿌연 모래 사이로 철제 구조물이 여기저기 우뚝 솟아오르고 있었다. 자연 경관이 아름답고 주민들의 심성이 따뜻해 ‘신의 축복을 받은 나라’라 불리는 오만의 미래가 바뀌고 있다. 칼판 빈 사이드 알슈에일리 오만 주택도시계획부 장관은 “세계는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일어서고 있는 오만을 이제 막 주목하기 시작했다”며 “세계적 수준의 스마트 도시를 조성해 국민 삶의 질을 높이고, 석유·가스 위주의 산업 구조를 다변화할 것”이라고 했다. 대전환기를 맞은 땅, 오만을 WEEKLY BIZ가 찾았다.

◇석유 없어도 흥하는 나라로

“오만은 기반 시설도 부족하고, 관광지로서 매력도 떨어졌죠. 한때 뿌연 먼지만 날리던 나라가 이렇게까지 바뀌었다니 믿기지 않습니다.” 이날 무스카트에서 만난 주민 사이드 알라와미는 과거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오만은 지난 50여 년 동안 눈에 띄게 발전했다. 1962년 유전 발견이 전환점이었다. 1967년 첫 석유 수출이 이뤄졌을 당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75달러에 불과했지만, 현재 2만달러 안팎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61만명에 불과했던 인구는 2024년 기준 516만명을 넘어섰다.

그래픽=김의균

하지만 석유로 흥했던 이 나라는 이제 석유에만 기댈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새로운 길을 모색 중이다. ‘기름만 있는 나라’에서 ‘기름도 있는 나라’로의 변신이다. 이를 위한 로드맵이 바로 2021년부터 추진 중인 국가 중장기 전략 ‘비전 2040’이다. 도시 개발, 관광, 물류, 헬스케어 등 비(非)석유 산업을 민간 주도로 육성해 GDP의 40%를 차지하는 석유·가스 부문 비율을 20%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핵심은 부동산·관광

지난 19~21일 무스카트에선 오만 주택도시계획부가 주최하는 ‘부동산 콘퍼런스’가 열렸다. 행사장에는 전통 의상인 ‘토브(남성 원피스)’와 ‘아바야(긴 드레스)’를 입은 오만 현지 주민들 사이로 외국인 참석자들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무스카트 시민 나세르 알자브리는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행사지만 예년보다 외국인 참석자가 부쩍 늘어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고 했다. 실제로 이번 콘퍼런스에는 ‘비전 2040’에 참여 중인 영국·독일·튀르키예·싱가포르·중국·인도 등 세계 각국의 기업 관계자들이 연사로 참석해 오만의 변화를 직접 알렸다.

 

오만의 수도 무스카트 외곽에 지어지는 '술탄 하이탐 시티' 예상도. /오만 주택도시계획부

오만 정부는 2045년까지 여의도의 다섯 배에 달하는 면적에 ‘술탄 하이탐 시티’를 비롯한 거점 스마트시티를 조성해 관광 산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이 중 술탄 하이탐 시티에는 미국 건축 회사 스키드모어 오윙스&메릴(SOM)과 오스트리아의 스타르벅, 싱가포르의 마인하트 등 글로벌 기업이 투자 계약을 맺고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했다. 오만 주택도시계획부는 “GDP 대비 2~3%에 불과한 관광 산업 비율을 2040년까지 10%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오만 정부는 또 자연과 조화를 이룬 관광 단지를 조성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전체 국토의 80%가 돌산과 사막 지대로 이뤄진 오만은 특히 해발 약 3000m에 이르는 ‘자발 샴스’와 ‘자발 알아크다르’ 등 고산지대를 깎지 않고 친환경 고산 도시를 개발할 계획이다. 알슈에일리 장관은 “오만은 자연 경관과 생태계를 보호하면서도, 국제적 수준의 휴양지를 조성해 외국인이 찾고 싶은 나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 풀고 외자 유치도

오만 정부가 규제 혁신에 박차를 가하면서 특히 외국 기업들 사이에선 “오만이 중동의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전 2040’의 일환으로 자유무역지대와 특별경제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에선 외국 기업도 직접 부동산을 소유할 수 있게 돼 투자 문이 열린 것이다. 실제로 이집트 최대 부동산 기업 탈라트 무스타파 그룹은 최근 약 6조원 규모의 투자 협약을 체결하며 오만 진출을 공식화했다.

 

외국 자본의 유입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최근 5년 동안 오만의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약 17% 증가했다. 미국 경제 전문지 CEO월드는 오만을 ‘2024년 외국인 투자에 가장 적합한 국가’ 21위로 선정했다. 이는 베트남(26위)·한국(31위)·일본(35위) 등보다 높은 순위다. 오만은 일찌감치 개방 정책도 추진했다. 2006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관세 장벽을 낮췄고, 외국 기업 보호를 위한 법제도도 정비했다. 2018년엔 민간 주도 성장을 위해 상업 중재센터를 설립하고 각종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했다. 현지에서 만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부동산 개발 회사 다이아몬드 디벨로퍼스 관계자는 “오만은 중동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주목할 만한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