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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서: ‘메멘또 모리’와 ‘까르뻬 디엠’을 넘어선 진리 - 나사렛 신대 박철우 교수 논설

성경토라와 탈무드 이야기

by 코리안랍비 2025. 6. 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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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서: ‘메멘또 모리’와 ‘까르뻬 디엠’을 넘어선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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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01 10:34
     

성서신학 Q&A 95

 

전도서: ‘메멘또 모리’와 ‘까르뻬 디엠’을 넘어선 진리

 

  성경에서 우리 모두가 늙음과 죽음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는 사실을 잘 표현하고 있는 본문 중의 하나가 전도서 12:1-8이다. 이 본문은 전도서의 결론부로서 모든 인간이 가는 운명을 은유와 사실적 서술을 혼용하며 선명하게 표현하고 있는 독특한 말씀이다. 그 요지는 우리 모두에게 죽음의 때가 온다는 것을 상기하며 청년의 때에 늘 창조주 하나님을 기억하라는 것이다. 이 본문의 바로 앞에서(전 11:7-9), 젊은 시절을 마음 가는 대로 누리고 즐기라는 말씀이 나온다. 물론 하나님의 심판이 있음도 기억하라고 한다. 그러고 나서 젊은이를 향해서 다시 다가올 우리의 죽음을 상기시킨다. 죽음을 기억하라는 말은 로마 시대에도 있었던 지혜적 교훈이다. 죽음을 기억하라, 우리 모두가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이것 바로 유명한 라틴어 경구인 ‘메멘또 모리’(Memento mori)이다. 로마 시대 개선 장군이 시가행진을 하며 돌아올 때 전차를 타고 있는 장군의 뒤에서 이 ‘메멘또 모리’를 외치게 하였다. 오만하지 말라는 것, 늘 겸손하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전도서에서는 이 인생의 헛됨을 이야기하며, 우리 모두에게 늙음과 죽음의 시간이 다가온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하지만, ‘메멘또 모리’에서 끝나지 않는다. 전도서는 ‘메멘또 끄레아또리스 뚜이’(Memento creatoris tui) 곧 ‘너의 창조주를 기억하라’고 한다(전 12:1). 이점이 로마인들과 다른 점이다. ‘네 창조주를 기억하라.’ 모든 역사의 주관자시며 생사화복의 주관자되시는 하나님, 공의와 사랑의 하나님, 심판하시는 하나님이며 동시에 긍휼과 은혜와 구원의 하나님이심을 기억하라고 선포한다. 특히 ‘하나님과 너’ 자신과의 관계 속에서의 ‘네 주님’ 곧 생명 주신 ‘네 은혜의 주님’을 기억하라고 한다(‘끄레아또리스 뚜이’[너의 창조주]). 그리고 그 하나님을 경외하라고 한다. 하나님의 말씀대로 잘 살라는 것이다. 이것이 전도서의 차이점이다. 

 

  전도서 2장에 언급되어있듯이 전도자는 일국의 왕으로서 인생이 누리고 겪을 수 있는 거의 모든 부귀영화를 체험한 현자였다. 그리고 그는 결론적으로 말한다.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세상사가 마치 바람 잡는 것과 같다고 고백한다(전 1:2; 12:8). 전도서는 이러한 허무주의와 세상의 헛됨을 기초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 허무주의는 매우 특별한 형태의 허무주의이다. 삶을 긍정하는 허무주의이며,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전제로 하는 허무주의이다.  

 

  전도자는 우선 인간의 한계를 긍정한다(전 1:12-15; 7:13). ‘하나님께서 구부려 놓은 것을 인간이 펼 수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하나님의 역사의 모든 것을 인간이 알 수도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모든 것에는 다 때가 있을 뿐이라고 한다(전 3:1-13). 하나님의 때가 있으니 세상만사 일희일비하지 말고, 하나님이 주신 분복에 감사하며, 매일을 즐겁게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함을 선포한다(전 8:15-17). 꿈과 소망을 갖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한계와 분수를 넘어 탐욕을 내지 말라는 것이다(전 3:18-22; 5:18-19). 중용적 선택의 중요성을 일깨운다(단 7:15-18). 그러나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일에 열심을 다하고, 하나님의 뜻을 기다리라는 것이다(전 9:7-9). 그리고 지혜를 키워가라고 한다(전 10:10).

  매사에 불평하지 말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즐겁게 살라는 것이다. 행복이 하나님이 주신 나의 가정과 내 삶과 일과 신앙의 처소에 있음을 알고 기쁨으로 이를 누리라는 것이다. 오늘의 삶 곧 현재의 삶에 초점을 맞추고 감사한 마음으로 이 순간을 ‘잘 살라’는 것이다. 

 

  세상에서는 이것을 ‘까르뻬 디엠’(라틴어 carpe diem[enjoy the day] ‘오늘을 즐겨라’)이라고 한다. 이것은 전도서를 특징짓는 또 하나의 중요한 경구이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전도서는 현재의 삶을 누리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전도자는 이것이 다가 아니라, 이 모든 것, 현재의 삶을 누리되,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죽음의 운명을 상기하며, 늘 ‘너의 창조주’(‘끄레아또리스 뚜이’)를 기억하며, ‘하나님을 경외’하며 살라고 한다

(전3:14; 5:7; 7:18; 12:13). 그리고 하나님의 심판도 기억하라고 결론 짓는다(전 12:13-14; 고후 5:10). 하나님의 통치 원칙대로 잘 살라는 것이다. 의롭게 살라는 것이다. 사랑과 정의의 삶을 살라는 것이다. 삶 속에서 우리 각자의 직분을 다하며 주어진 삶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살라는 것이다. 

 

 성경은 어떤 힘으로 우리가 이러한 명령을 살아 낼 것인가에 대한 궁극적인 답을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주고 있다. 주님에 대한 믿음으로 하나님의 자녀 되어 새롭게 출발하라고 하신다. 이것이 죄사함과 거듭남의 은혜이다. 우리가 새 생명이 된 것이다. 그리고 성령의 동행하심으로 이를 감당할 수 있음을 선포한다(요 16:7-15; 롬 6:20-23; 8:9-17). 요한복음 15:5,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라. 너희가 내 안에 내가 너희 안에 거하면 열매를 많이 맺느니라’. 성령의 열매를 맺게 하시는 보혜사 성령님과 동행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갈 5:16-24). 이것이 우리가 받은 하나님의 은혜이며, 영원한 축복의 길이요 복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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