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SMALL
얼마전에 어떤 분이 질문을 던졌습니다.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책이 있습니까?"
나의 대답은 3초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없습니다.
그 분은 다시 다른 질문을 던졌다. "다른 나라에는 다른 나라와 민족을 대표하는 책들이 존재하는데, 왜 우리는 이런 책들을 가지지 못했을까요?" 그 질문은 사뭇 나를 긴장시키는 질문이었습니다. 한국에도 역사상 나온 많은 책들이 있지만 우리의 민족정신이나 시대정신에 어울리지 않는 책들입니다.
나의 대답은 "우리 민족은 뚜렷한 한가지로 규정짓고 정의를 내릴 수 있는 민족이 아닙니다. 우리 민족은 작지만 큰 나라의 이상과 기운을 갖고 있는 민족입니다. 서양의 헤브라이즘과 헬레니즘을 다 수용할 수 있는 혼과 얼이 있는 민족입니다. 그래서 나는 추천하기를 '비빔밥' 문화의 힘을 갖고 있다고 봅니다. 결국 우리 민족이 가야 할 길은 포용하고 새롭게 하는 창조의 힘을 더욱 길러야 한다는 것입니다."
각 나라와 민족은 자신들만의 [정신적 지주] [지적 바탕]을 가진 책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종교인데 기독교와 유대교 그리고 유교가 그렇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무속사상이나 기나 운명론, 기복사상을 담은 책들은 도리어 정신적 지주라기보다는 '정신적 혼란'을 부추기는 역할을 합니다. 물론 무속사상이나 힌두교, 이슬람교 등은 자칫 인간을 신의 종속시키고 그리고 정서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것과 더불어서 인권이나 인도주의적 측면을 해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글을 쓰면 당연 무속인들과 이슬람인들은 반발할 수 있지만 사실 무속인들이나 이슬람인들이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러한 종교나 신앙은 차라리 갖지 않는 것이 맞습니다. 종교의 근본 목적이나 이상에서 어울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존엄성이나 인권신장이 없는 종교는 잘못된 종교입니다.
고려말 조선초 성리학을 보면 그렇습니다. 물론 성리학은 매우 깊은 철학이자, 정치사상이며, 예와 법도를 충실하게 다룬 학문입니다. 하지만 일반 백성들과 민족에게는 성리학은 높은 벽이었으며, 차별이었습니다. 성리학의 좋은 면이 너무나 많습니다.
유대인들에게는 토라와 탈무드가 있었습니다.
중국에서는 사서삼경과 중용사상이 있습니다.
동양에는 훌륭한 불교경전과 불가사상이 있습니다.
개신교의 성경정신은 유럽과 미국 초기 개척의 기반을 놓았습니다. 중동의 이슬람에게는 '코란'이 있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경전들은 그 때마다 중요한 민족의 정체성과 비전, 그리고 정신적 지주역할을 수행했습니다. 하지만 유럽인들은 기독교 문화를 가졌지만 정신과 경전인 성경은 더욱 멀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쇠토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를 통해 유럽의 취약성이 바로 드러났습니다. 일본은 신도이즘이 있지만 이들에게는 마땅한 경전이 없습니다. 중국에서 명리학 서적을 가져오거나, 외세의 문물을 받아들였습니다.
한국은 민족의 책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제와서 그런 민족의 책을 가져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것을 찾아보면 정말로 귀한 책들이 많습니다.
조선왕조실록은 어마어마한 책의 바다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왕가나 권문세가들에게는 유익하지만 일반 백성들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는 귀서들입니다.
팔만대장경은 인도와 중국에서 가져온 불교 책입니다. 쉽게 말하면 종교단체나 기관의 것이기에 우리 민족을 아우르는 것이 아닙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에 [명심보감]이 있습니다. 이책은 효와 동이족의 사상을 잘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 민족을 아우르는 책이 아닙니다.
유대인들에게는 2000년을 떠돌아다녔어도 자신들만의 '토라와 탈무드'가 존재합니다.
서양인들은 성경을 자신들의 정신적 지주로 삼았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것이 없다면 우리는 국민 대다수가 '성경'을 중심으로 한 기독교 신앙을 강조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종교는 강요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유교, 불교, 도교, 기독교, 유대교의 지혜와 서양의 지혜를 같이 가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이브리드와 창조적 융합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것이 있지만 우리의 것을 어느 하나에 치우쳐서 볼 것이 아니라 동서고금의 훌륭한 지혜를 다루는 폭넓은 민족서와 지혜서를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이게 어찌보면 한민족 다운 것입니다.
우리의 것이 최고가 아니라 각 나라와 민족에는 자신들의 최고의 것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모든 종교나 철학 사상을 다 포괄할 수 있는 민족입니다.
그런 민족으로의 정체성을 갖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는 비빔밥 문화를 갖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통합이나 통일이 아니라 전 세계의 문화와 사상을 담아서 우리의 것으로 새롭게 만드는 온고지신의 자세나 법고창신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
728x90
반응형
LIST
'독서와 강연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캠브리지 비지니스 리뷰, 벤자민 프랭클리의 삶의 원칙 13가지 (0) | 2022.10.25 |
---|---|
인공지능과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 (3) | 2022.10.22 |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호랑이 새끼를 잡는다. (1) | 2022.10.17 |
김병완, '선비들의 평생 공부법'을 대하며 (1) | 2022.10.15 |
독서특강, 그릇이 큰 리더의 7가지 특징 (1) | 2022.10.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