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금? 이스라엘, 전면전 무릅쓰고 이란 공격한 3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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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
"최종 목표는 정권 교체"
입력 2025.06.16. 01:00업데이트 2025.06.16. 05:35
6월 15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 테헤란의 샤란 석유 저장소가 폭발하며 커다란 화염이 치솟고 있다.(WANA)/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의 지난주 이란 공습은 규모와 범위 모두 상상 이상이었다. 작전명 ‘일어나는 사자(Rising Lion)’가 힌트다. 사자는 유대 민족을 상징한다. 구약성서 민수기 23장의 묘사가 연상된다. “이 백성이 암사자같이 일어나고 수사자같이 일어나서 움킨 것을 먹으며 죽인 피를 마시기 전에는 눕지 아니하리로다.” 예사롭지 않은 구절이다. 확인할 수는 없지만 어쩌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 구절을 곱씹으며 이번만큼은 끝장을 보려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불길 휩싸인 테헤란 - 15일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불길에 휩싸인 이란 수도 테헤란 도심 전경. /EPA 연합뉴스
이스라엘은 이 시점에 왜 이란을 공격했을까. 먼저 군사적 이유가 있다. 이란의 핵 능력 수준이 본격적인 핵무기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했다. 마침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최근 이란의 핵확산금지조약(NPT) 규정 중대 위반 사실을 발표했던 터다. 무력으로라도 일단 제동을 걸지 않으면 실기(失機)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을 것이다.
둘째는 외교적 동기다. ‘가자지구 사태(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봉쇄 및 공격)’ 악화로 네타냐후는 외교적으로 고립되어 있다. 특히 미국과 껄끄러웠다. 믿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자꾸 이스라엘의 이익과 배치되는 결정을 했다. 무엇보다 미국은 이란과 (제재를 완화하고 이란 핵 투명성을 강화하는) 핵 협상을 시작했다. 협상이 애매하게 타결된다면 이스라엘에는 재앙이다. 제재가 해제되면 이란은 경제를 회복하고 다시 역내 무장 세력을 규합할 것이라 이스라엘은 믿는다. 이스라엘은 미·이란 6차 핵 협상을 이틀 앞두고 이란을 공격했다. 결국 협상은 불투명해졌다.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 방공 시스템이 6월 15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상공에서 이란에서 발사된 탄도 미사일을 요격하고 있다./EPA 연합뉴스
셋째는 국내 정치적 동기다. 네타냐후에겐 이미 기소된 독직(瀆職)·부패 관련 재판 및 2023년 10월 하마스(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이슬람 무장 단체) 테러를 막지 못한 책임 문제가 남아있다. 최근엔 측근이 카타르 왕실의 자금을 받았다는 스캔들까지 터졌다. 연립정부(연정)도 흔들렸다. 초정통파 유대인들의 징집 문제로 (연정을 이룬) 종교 정당 지도자들의 불만이 커졌다. 공습 하루 전 의회 해산 투표에서 네타냐후는 한 표 차이로 간신히 연정을 유지했다. 국내 정치 위기를 이란과의 교전을 통해 극복하려는 의도를 부인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아이언돔 뚫렸다·… 이란 미사일, 텔아비브 직격 - 13일 밤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 도심 건물에 이란군이 발사한 미사일이 떨어져 폭발이 일어나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이란 핵시설을 기습 공격하자 이란이 보복 공습을 단행한 것이다. /AP 연합뉴스
선제 공격에 나선 네타냐후의 목표는 무엇일까. 총리와 군(軍) 관계자들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이란의 핵 개발 저지를 넘어서서 아예 정권을 교체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란 현 체제와의 공존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언젠가 충돌해야 한다면 이란의 촉수와도 같던 헤즈볼라(레바논의 이슬람 무장 단체)·하마스의 전력이 크게 약화되고, 시리아 정권이 교체된 지금이야말로 호기(好機)라 여기는 듯하다. 이란 내부도 삐걱거린다. 히잡 의무화 반대 시위를 비롯해 젠더·세대·소수민족 시위가 이어지면서 균열이 커졌다. 경제 위기까지 더해지면 민심 이반은 가속화될 수 있다. 따라서 이스라엘은 고삐를 더 당기려 한다.
15일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테헤란 남부의 한 정유공장에서 짙은 연기와 불길이 피어오르는 가운데 다리를 따라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AFP 연합뉴스
기간 시설 공습을 지속하면 이란 경제는 버티기 어렵다. 여기에 권부(權府) 주요 인사를 하나하나 정밀하게 제거하는 ‘참수 작전’으로 지휘부를 교란하면 정부는 기능 부전에 빠지고, 무능한 정부에 대한 대중의 저항을 초래할 수 있다. 이스라엘이 그릴 수 있는 이란 체제 붕괴 시나리오다. 녹록지는 않다. 이란 국민은 체제 불만 여부와 별개로 자국을 공격한 시온주의자(이스라엘인)들과 먼저 맞서 싸우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란은 중동의 군사 강국이다. 공중 전력과 방공망은 이스라엘에 비해 열세지만 미사일 전력은 막강하다. 이란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변수는 트럼프다. 트럼프는 네타냐후의 이란 공격 동참 요청을 거절하고 오히려 이란과 협상을 개시했었다. 전쟁을 싫어하고 협상의 압도적 승리를 즐기는 트럼프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이란 핵 협상 성과를 넘어서는 합의를 기대했다. 그러나 이란이 좀처럼 고집을 꺾지 않으며 협상이 교착 국면에 들어갔다. 네타냐후는 이 틈새를 이용해 독자적으로 공습에 나섰다. ‘특수 관계’인 이스라엘의 독자 행동을 막기 껄끄러웠던 트럼프는 차라리 침묵하며 방관함으로써 판을 흔드는 효과를 기대했을 수도 있다. 공습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압박하며 다시금 외교적 해법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5년 4월 7일 미국을 방문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란은 즉각 응징에 나섰다. 이란이 발사한 탄도미사일 일부는 이스라엘 방공망을 뚫고 민간 거주 지역에 떨어졌다. 자존심 강한 이란은 타협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분간 긴장이 고조될 것이다. 자칫 이란이 미군 주둔지와 재외 공관을 공격하거나 호르무즈 해협 봉쇄, 또는 이스라엘 디모나 핵 시설 공격 등과 같은 극단적 행동을 한다면 중동 전역은 전면전으로 접어들게 된다. 이 경우 미국은 이스라엘과 함께 싸울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이 가장 원하는 시나리오다.
선제공격을 당했으니 이란의 분노는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한번 생각해 볼 부분이 있다. 진짜 이스라엘이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일까. 이스라엘은 핵을 가진 미래의 이란만큼이나 정상 국가로 탈바꿈한 미래의 이란이 두렵다. 이스라엘 인구의 열 배에 달하고, 자원 부국(천연가스 2위, 석유 4위)이자 제조업 능력을 가진 이란이다. 이란이 미국과 핵 협상을 타결하고 미국이 제재를 해제하면 경제 회복은 빠르게 일어날 것이다. 지역 패권 국가로 자리매김하기에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이란에는 이 지점이 역발상의 출발점이 된다.
15일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 인근 도시 바트얌의 고층 아파트와 주거용 건물들이 이란의 미사일 공습에 파괴됐다. 지난 13일 이스라엘이 이란의 주요 핵 시설 등에 기습 공격을 가하자 이란이 보복 공격을 단행하고, 이스라엘이 여기에 다시 보복하는 등 양국이 보복 공습을 사흘째 이어가면서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자체 방공망인 아이언돔을 즉시 작동했지만, 이란이 3일간 100기가 넘는 미사일을 발사하자 미처 요격하지 못한 일부 미사일이 그대로 지상에 떨어졌다./EPA 연합뉴스
이란 유권자들이 작년에 미국과의 핵 협상 및 제재 해제를 공언한 지금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을 선출한 이유다. 핵 개발 위력이 만만찮지만 이란이 고립을 탈피하고 경제 개방을 통해 잠재력을 국력으로 발현시킬 수 있다면 이는 훨씬 더 위력적일 것이다. 트럼프는 아직 협상을 원한다고 강조하며 기회의 창을 열어놓고 있다. 교전의 ‘무한 루프’는 정치 생명에 연연하는 네타냐후를 이롭게 한다. 트럼프와 담판을 통해 전향적으로 핵 협상을 타결하는 순간 네타냐후의 입지는 현격히 좁아진다. 그리고 이란 국민 다수가 이롭게 된다. 최고의 응징이자 보복이다. 물론 현재 정서상 가능성은 작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고민해야 할 사안이다.
이 글을 쓰다가 알게 되었다. 이슬람 혁명(1979년) 이전 이란 국기에 사자 문양이 선명했다. 사자는 유대 민족의 상징이지만 번영기 이란의 상징이기도 하다. 작전명 ‘일어서는 사자’가 이란 굴기의 계기가 되지 말라는 법 없다. 물론 그 선택은 이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