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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칼럼과 에세이

어른이 된다는 건,어쩌면 평생 걸리는 일일지도 모른다.

by 코리안랍비 2022.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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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글출처 이미지 - 어른이 된다는것은 외롭고 힘든 일이다.



어른이 된다는 건,
어쩌면 평생 걸리는 일일지도 모른다.


내가 살면서 어려운 난제중의 난제가 '어른이 되는 것'이다. 오죽하면 "천번은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고 김난도 교수는 부르짖지 않았는가?

여기에는 시대의 어른들을 떠나 보내고, 어른다운 어른을 찾기 어려워서 생기는 내 안에 고민도 있다. 우리 시대의 어른들이라면 한경직 목사님, 김수환 추기경, 법정 스님들이 있고, 여러 훌륭했던 정치인, 교육자들, 경제인들이 있을 것이다. [어른의 부재] , [지도자의 부재]를 우리는 경험하는 세대이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지도자가 없다고 한탄하지 말고 네 자신이 지도자가 되어라" 라고 강변하였다.

나에게 어른은 부모님과 나를 지도해주시고 가르쳐주신 목사님, 은사님들이 있다. 늘 어른다움을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하시고, 배려하신 분들이다. 그래서 나는 '은혜'를 입은 사람이라고 여긴다.

그런데 정작 자신이 어른이 되려하니 쉽지 않다.
여전히 어른아이(adult-child) 같다.

주민등록증을 받고, 군대를 마치면 어른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대학을 마치고, 직장에 들어가서 일을 하면 어른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면 어른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도 여전히 아니었다.
자녀를 낳고, 처와 자녀들을 위하여 열심히 살면 어른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아직도 어른이 되기에는 멀었다.
책을 많이 읽고, 세상 경험을 많이 하고, 박사가 되면 어른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어른이 되기에는 멀었다.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심지어 여행을 많이 하면 어른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몸만 버릴 뿐 어른이 아니라 환자가 되어 가는 것 같았다.

내 생각에 어른이 된다는 것은 도를 닦는 것보다 어려운 평생이 걸리는 일일지도 모른다.뜬금없지만 '도'를 닦는 사람도 어른스러워지고자 하는 노력일지도 모른다. 원래 인생이 노답인가보다.

도대체 '어느 사람이 어느 어른이 됨'이라는 것은 이다지도 길고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것인가? 아니면 젊어도 '성숙'이나 '성장'을 깨달으면 어른이 되는 것인가?

오늘은 어른이 되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어른으로 거듭나는 한 순간이 있음을 믿으며...

한 사람이 어른이 된다는 건 누군가에게 소중한 타인이 되는 법을 익혔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누구나 어른이 될 수는 없다. 평생 이기적인 자기만 알다 가는 이도 있다. 반면 비교적 늦게 철이 드는 사람도 있다. '어른스럽다'라는 말을 듣는 순간이 있다.

하지만 한국사회를 보면 나를 포함하여 '어른아이 adult- child'로 살아가는 무늬만 어른인 사람이 허다하다.

조 벽 동국대 석좌교수는 "스스로 할 수 있는지 여부가 어른이 되는가 아니면 나이든 어린애가 될 것인가를 결정한다"라며 "어린아이가 사회에 나가면 모두가 괴롭다. 베푸는 존재, 어른이 되어야 한다"라고 조언한다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는 어른이 되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교육이념인 홍익인간(弘益人間)의 뜻이다.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은 <우리말의 비밀>에서
"한민족은 '얼의 민족'이다. 얼이 어린 사람을 어린이, 얼이 큰 사람을 어른, 얼이 커져서 신(神)과 같이 된 사람을 어르신이라 한다. 그저 나이가 들어서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신'이 되는 것을 목적으로 삶을 살아갔던 것이 바로 한민족"

이라고 설명한다. 얼굴이 아니라 얼이 커야 한다. 솔직히 이런 교수들의 말들에 우리는 지쳤다. 우리는 교수가 아니라 고수의 말을 듣고 싶다.


말이 추상적이니 케이스를 들이대어 말하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일본에서 만들었지만, 어찌보면 한국남자들의 일상과 비슷해서 여기에 실어본다.

  • 일본의 유명한 영화 - 구글 출처 이미지



일본영화 <태풍이 지나가고>에 나오는 철부지 아빠 료타(아베 히로시)를 소개한다. 유명작가를 꿈꾸는 사설탐정 료타는 이혼하고 매달 양육비를 내는 것도 버거워한다. 누나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하고 어머니 집에서 돈이 될 만한 것을 찾기 바쁘다. 그는 “난 말이야, 대기만성형이야”이라고 말하지만 아버지로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발견하기가 어렵다. 아내 쿄쿄(마키 요코)는 자식을 낳으면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도 어느덧 사라졌다고 말한다. 사랑만으로는 살 수 없다고.

료타는 일하면서 번 돈은 경마와 파친코에 쓰고 아들 싱고(요시자와 타이요)와 보내는 시간엔 복권을 산다. 도박이 아니라 꿈이라고 강조한다. 3백 엔으로 꿈을 산다는 것이다.

사실 복권에 당첨될 확률은 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다. 그러한 현실적인 계산도 료타의 뇌에는 없다. 청소도 하지 않고 지저분한 집에서 홀로 살아가는 그는 다시 가족과 하나 될 수 있을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세 가족이 하룻밤을 보낼 수 있도록 태풍을 동원한다
태풍을 뚫고 집에 가려던 쿄쿄도 전 남편의 집에 머물 수밖에 없게 된다.
이때 할머니 요시코(키키 기린)는 마치 감독의 대변자인 것처럼 중재에 나서고 명대사도 날린다.

“행복이란 무언가를 잃겠다는 각오가 없인 찾아오지 않는 거야.” 그리고 “어른이 된다는 건, 누군가의 과거가 될 용기를 내는 것”이라는 말을 남긴다.

“모두가 되고 싶은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원하던 삶의 모습이 아니라 하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현재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요시코의 메시지는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3대 모두가 같이 살고 싶다는 그녀의 눈물이 관객의 가슴을 적신다.

또 한편도 있다.

  • 아주 긴 변명 - 구글출처 이미지



영화 <아주 긴 변명>은 아내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사망한 뒤 변해가는 한 소설가의 삶을 그렸다. 갑작스러운 이별의 슬픔을 마주한 한 남자의 상실과 사랑 그리고 성장까지 로맨틱하게 담아낸 멜로드라마다. '유레루' '우리 의사 선생님' 등으로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영화적으로 그려내는 감독으로 이름을 알린 니시카와 미와 감독의 신작이다.

주인공 키누가사 사치오(모토키 마사히로)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내를 잃었다. 그럼에도 그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다. 유명인과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자신을 모조품이라 칭하는 사치오는 자존감이 바닥인 사람이다. 타인에게 마음을 여는 건 위험하고 손해를 보는 일이다. 여기엔 아내마저 포함된다.

아내가 떠난 사치오의 일상. 빈자리는 쌓인 설거지거리와 너저분한 집안 정도다. 하지만 아내와 함께 사망한 친구의 남편 오미야 요이치(타케하라 피스톨)와 두 아이를 만나면서 그의 인생은 달라진다. 그는 아내와 어머니를 잃고 무너진 이들 가족의 구원자가 되겠다고 자처하고 나선다.
사실 이는 순수한 호의와는 거리가 멀다. 매너리즘에 빠진 사치오는 '좋은 글감이 될 것'이란 출판사 직원의 말을 듣고 이들에게 접근했다. 트럭을 몰고 전국을 도는 요이치를 대신해 그는 두 아이들을 돌본다. 처음에는 귀찮은 일이었지만, 어느새 그들에게 진심이 된다. 아이들이 자신을 소중한 존재로 생각해준다는 게 기쁘기만 하다.

하지만 행복한 시절은 오래가지 않는다. 현실적인 문제들로 인해 사치오는 상실을 겪는다. 아이들과의 관계를 통해 느낀 박탈감과 슬픔은 그를 성장통으로 이끈다. "인생은 결국 타인으로 사는 것"을 깨달으면서 그는 진짜 어른이 된다.

연출자 니시카와 미와 감독은 절제됐지만 세련된 연출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사치오의 성장은 아내가 떠난 겨울과 불현듯 낯선 가족을 돌보게 된 봄, 아내의 속마음을 알게 된 여름, 소외감이란 감정을 알게 된 가을 등 사계절을 관통한다. 이 영화의 제목이 '아주 긴 변명'인 이유다. 상실을 통해 조금씩 변해가는 한 남자의 사계절이다.

[행복이란 무언가를 잃겠다는 각오가 없인 찾아오지 않는 거야]
[어른이 된다는 건, 누군가의 과거가 될 용기를 내는 것이야]
[어른이 된다는 것은 결국 타인으로 사는 것이야]

영화에 나온 명대사 세 마디의 말만 새겨도 2% 더 어른이 된 것 같다.

'무언가를 잃어버린 나와
누군가의 과거가 된 사람'이 어른인 모양이다.

* 이 글을 준비하면서, 두 편의 일본영화를 눈물을 흘리며 보았습니다. 일단 일본의 2편의 영화를 소개해 준 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순수한 제 글이 아니고 블랜디드한 글임을 밝힙니다.)
* 어른이 된다는 것은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성숙의 문제이며, 깨달음의 문제라는 것을 발견합니다. 우리 시대의 어른들은 찾아 보기 힘듭니다. 훌륭한 어른들을 찾아보기 힘든 시대이지만, 살며, 생각하고, 독서하고, 사람들에게 베풀고, 섬기고, 나누면 어느새 [좋은 어른] 이라는 소리를 듣는 날이 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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