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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경영학18, 제갈공명 - 완벽한 리더쉽은 없다.

by 코리안랍비 2022.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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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공명 - 완벽한 리더쉽은 없다.
<혼자서 다 잘할 필요가 없다>


많은 리더들이 빠지는 함정이 있다. 바로 완벽한 리더쉽을 구사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다. 필자가 MBA과정에서리더쉽을 공부할 때 여러 이론들을 거의 다 살펴 보았지만, 그래도 가장 인상이 깊은 것은 ‘카리스마적 리더쉽’이었다. 이 리더쉽을 ‘제왕적 리더쉽’이라고 붙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미흡한 면이 있는 리더쉽의 형태이다.

군웅할거시대에 삼국지에는 많은 탁월한 리더들이 존재하였다. 중국에서는 지금도 가장 탁월한 리더를 ‘제갈공명’으로 뽑는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주장을 일축하는 사람들도 있다. ‘조조’와 더불어서 제갈량을 이긴 ‘사마의’를 등장시키는 학자들도 있다. 여기서 카리스마적 리더쉽을 잘 발휘한 인물이 바로 조조이다. 하지만 제갈량도 이에 못지 않은 카리스마를 가진 리더라고 보아도 좋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카리스마적 리더라는 것은 공산주의나 사회주의에서 말하는 선동가와는 다르다. 자신의 뛰어난 실력과 더불어서 사람들을 움직이고 이끌어 가는 기술이 뛰어난 인물들이다. 그러한 면에서보면 ‘제갈량’을 능가할 자가 없다.
리더쉽은 어떻게 발휘하는가? 앞에서 ‘카리스마적 리더쉽’이 그래도 가장 인상적인 리더쉽이라고 말했는데, 이 리더쉽에 대한 연구는 지금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리더쉽은 카리스마가 아니다’
물론 리더쉽은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리더쉽이라고 부르는 것은 지나치게 과대포장되어 있다. 리더쉽은 특별한게 아니라 오히려 평범한 것이다. 리더쉽은 낭만적인 것이 아니라 도리어 매우 지루한 것일 수 있다. 리더쉽의 본질은 오직 그것을 달성하는 성과라는 목적에 있다. 리더쉽 그 자체가 아니라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리더쉽인가가 중요한 점이다.

20세기에 스탈린과 히틀러 그리고 모택동보다 더 카리스마적인 지도자는 없었다. 하지만 이들은 역사에 기록된 바와 같이 인류에게 엄청난 죄를 저질렀으며 수많은 사람들을 고통으로 이끌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이들은 신격화되고 신화화되어 지금도 역사의 현장속에서 맴돌고 있다. 이들은 ‘틀린 지도자’들이다.

어떤 이들은 윈스턴 처칠을 카리스마적 리더라고 본다. 하지만 전혀 그는 카리스마를 갖고 있지 않았다. 도리어 카리스마는 리더들로 하여금 잘못된 행동을 하도록 하는 원인이 된다. 그리고 융통성없는 존재로 만들며, 자기 자신을 절대로 오류를 범하지 않는 완벽한 존재로 확신하게 만든다. 그리하여 게속해서 변화할 수 없도록 만든다. 진실로 경영의 구루인 피터 드럭커의 말대로 ‘카리스마 그 자체는 지도자로서의 목표 달성 능력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 가 맞다.

효과적인 리더쉽의 기초는 조직의 사명을 깊이 생각하고, 그것을 잘 규정하며, 또 그것을 설정하고, 우선 순위를 결정하며, 또한 기준을 설정하고 유지한다. 올바른 지도자와 틀린 지도자를 구별하는 것은 그들이 세운 목표에 달려 있다.

그러면서 효과적인 리더쉽은 바로 계급과 특권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책임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리더쉽은 곧 책임감이다] 라고 규정한다.

다시 제갈량으로 가보자.
중국 당나라의 조유가 쓴 장단경(長短經)이란 책을 보면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장단경은 일종의 당대의 인재경영학서이다)

“관리의 책임은 한 가지 일로 여러 가지 일을 잘 조합하여 처리하는 것이지만 군주는 아무 일도 없는 상태에서 모든 일을 처리해야 한다. 대신들에게는 어떤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인재이겠지만 군주에게 있어서 인재란 인재들을 잘 활용하는 것이다. (적재적소의 원리) 대신들은 탁월한 지모지략을 제시하고 언변에 능한 것이 재주이지만, 제왕(帝王)은 여러 대신과 백성들의 간언을 제대로 경청하는 것이 바로 재능이다. 대신들은 몸으로써 실천하는 것이 능력이고, 제왕들은 상벌을 잘 운용하는 것이 능력이다. 최고 통치자는 모든 일에 정통할 필요가 없고 모든 일을 손수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을 잘 통솔하는 것이 최고의 능력이다.”

그러므로 리더의 능력이란 바로 모든 일을 혼자서 잘 할려고 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에게 위임을 하고 책임을 맡기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뛰어난 두뇌를 가지고 있는 제상인 제갈량의 경우를 살펴보자. 물론 나는 제갈량의 신묘막측한 재주와 능력을 전혀 깍아내리고 싶지 않다. 여러 신출귀몰한 작전수행능력은 혀를 금치 못한다. 나는 오랫동안 삼국지를 연구한 사람으로서 제갈량만한 인물을 볼 수 없다. 그냥 [전무후무한 사람]이라고 밖에 평가가 안된다. 그래서 제갈량을 [제갈무후]라고 부른다. 여기에 제갈량의 큰 단점이 숨어 있다. 제갈공명과 같은 이는 전에도 없고 후에도 없다. 그래서 촉한은 멸망한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그의 빈틈을 찾아서 우리가 교훈을 삼아볼 일이 있다. 바로 그는 모든 일을 혼자서 독점하여 처리하고자 하였다. 마치 자신이 없으면 안된다고 여기는 ,도그마티즘(Dogmatism)이 강한 사람이었다.



촉나라에서는 제갈량만이 충신이요 재상이었다. 당시 촉나라에는 걸출한 인물들이 그래도 남아 있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감히 제갈량 앞에서 자신들의 재주와 실력을 드러낼 수 없었다. 제갈량에 대한 경외심과 두려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것은 제갈량이 [카리스마적 리더]라는 이름을 붙게도 한 원인이 된 것이다. 오로지 제갈량이 열심히 조석으로 일하니, 다른 사람들은 도리어 효과적으로 일할 수 없었다.

리더쉽은 상당부분 [일 work]과 관련된 것이다. 일이 어떻게 처리되고, 일이 어떻게 결과가 되어지는지에 대한 과정을 살펴보아야 한다. 그런데 제갈량은 모든 일에 세심한 관심을 기울임으로 최선을 다했다. 그는 일의 성패에 대해서는 그리 경중을 따지지 않았다.

그의 단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제갈량의 맞수인 사마의가 제갈량에게 번번히 패해자, 사마의는 담이 줄고 겁이 생겨 감히 출정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서 제갈량이 사자를 보냈다. 촉나라 군사를 이끌고 오장원에 진주한 제갈량이 사자를 보내 선물과 함께 편지 한 통을 보냈다. 그 보고를 받은 사마의는 서둘러서 사자를 맞이한다. 사마의가 선물상자를 열어보니 그 속에는 부인용 머리장식과 여인의 치마가 들어 있었다. 편지를 읽어본 사마의는 제갈량의 저의를 알고 몹시 분개한다. 규방에 들어앉은 여인네처럼 겁을 내고 출전하지 못하는 것은 대장부(大丈夫)로서의 기개(氣槪)가 부족한 소치라는 충고를 선물로 대신한 것이다.

제갈량은 남을 세치 혀로 촌철살인하는 재주가 있다. 그러면서도 남을 잘 놀리는 능력도 출중한 사람이었다. 머리가 좋아야 말도 잘하고, 글도 잘쓴다.

“제갈량이 날 여인네로 취급한다 이거로군”

하면서 사자에게 두둑한 상을 내린다.그리고 물어본다.
“승상께서는 평소에 식사는 어떻게 하시는가?”
“일은 항상 바쁘신가?”
그러자 사자는 제갈량의 사정을 소상하게 말한다.

제갈량이 보낸 사자는 그리 현명하지 못했다.

“승상께선 매일 밤늦게까지 일을 하십니다. 곤장 스무 대가 넘는 형벌에 관한 일은 무조건 손수 처리하시지요. 하지만 식사는 아주 적게 하시는 편입니다.”

사마의는 고개를 돌려 미소를 지으면서 자신의 부하들에게 말했다.
“제갈공명이 충신이요 뛰어난 전략가인 것은 천하가 아는 사실이요. 단지 남을 믿지 못하는 것이 커다란 흠이지. 그는 지나치게 세심해서 모든 일을 자신이 직접 관장하려 드는 것이 문제요. 이처럼 남을 믿지 못하는 태도는 윗사람이 가져야 할 자질이 아니요. 게다가 식사를 조금밖에 하지 않는다니 어떻게 장수할 수 있겠소?”

사마의는 자신의 말을 촉한의 사자가 보는 앞에서 말을 했다.
아마도 사마의는 '제갈량의 운명'을 곧 알았을 것이다.

사자는 촉한으로 돌아가 사마의와 주고받은 대화를 소상히 보고했다.
보고를 다 달은 제갈량은 자신도 모르게 탄식을 내뱉었다.
“어허, 사마의가 내 처지를 다 알아보렸군!”

사마의가 천문지리를 잘 아는 사람이었지만,
제갈공명이 혼자 대소사를 처리하는 것을 보면서
건강문제를 콕 집고 나온 것은 정말 대단한 혜안이었다.
그 둘은 서로 라이벌이었지만, 서로를 가장 잘 알아주는 친구였던 것이다.
제갈량이 아니면 공무를 처리하는 것에 대해서 누구도 나설려고 하지 않는 촉한의 분위기가 곧 제갈량의 목숨을 갈아 먹는 요소가 된 것이다.

사실 이때 제갈량의 나이는 50이 갓 넘었을 때이다. 그는 극도로 신경이 날카로와져 있었고, 가끔씩 각혈을 하기도 하였다. 아마도 폐병을 앓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얼마지 않아 과로를 이기지 못하고 병사하고 만다. 그는 오장원의 별로 죽게 된다. 제갈량의 실력과 품성은 비난이 여지가 전혀 없다.

하지만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에게는 고상한 인격이나 덕망보도다도 사람을 잘 쓰는 인재술이나 용병술, 그리고 나라를 잘 다스리는 통치술이 더 중요하다.
그는 철인도 아니요 무적의 전사도 아니었다.
그저 현명하지만 유약한 인물이었던 것이다.


성서에 보면 모세라는 대지도자가 나온다.
그는 모세오경의 저자라고 알려져 있고,
이집트를 탈출할 때 약 200만명이나 되는 이스라엘인들을 끌고 나왔다. 그는 율법을 제정하고 그 율법(법률)대로 백성들을 재판하고 통치하였는데 아침부터 저녁까지 쉴 틈이 별로 없었다. 그럴때 모세의 장인 이드로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렇게 격무에 시달리며 일할 필요가 없고, 각 지파별로백부장, 천부장을 세워서 일을 나누도록 하라”고 부탁한다. 그래 서 모세는 자신의 일을 나눌 ‘작은 지도자’들이나 ‘실무자’들을 세워서 책임을 묻게 하고, 적절한 보상과 상급을 제공한 것이다. 이를 [위임형 리더쉽]이라고 부른다.

제갈공명은 감히 그에게 훈수를 두고, 지적할 만한 인물이 없었던 것이다. 그는 그 스스로 [천상천하 유아독존적인 인물]이 되어 나라의 대소사를 관장한 것이었다. 그것이 곧 그를 죽음으로 이끈 것이다.

시인 두보는 촉상(蜀相)이라는 시에서 제갈량의 죽음을 이렇게 노래한다.

중원의 대업을 이루기 전에 먼저 죽어
고금의 영웅들로 하여금 눈물로 옷깃을 적시게 하네

제갈량의 가장 큰 비극중 하나는 제갈량 당대에서 현명하고 지혜로운 인물이 마친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버금가는 인물을 남기지 않은 것이다. 맹자는 군자의 기쁨과 즐거움이 바1로 ‘인재개발’에 있음을 밝혔다. 그래서 천하로 인재를 모으고 기르는 것이 국가를 위한 동량(棟樑)이 되고 중추(中樞)적 인물이 될 것을 천명하였다. 그런데 제갈량은 자신의 뒤를 계승할 사람이 없었다. 그나마 가장 뛰어났던 마속도 큰 실수를 하여 목을 베었다. 읍참마속(泣斬馬謖)이라는 삼국지연의의 고사에서도 보면 제갈량의 독선도 보여준다. 사실 유비는 ‘마속은 쓰지 말게’ 라며 유언을 남겼음에도, 공명은 자신이 좋아하는 제자에게 일을 맡겼다가 낭패를 본 것이다. 결국 촉한은 멸망의 길로 간다.

또한 강유라는 장수도 지나친 자만심으로 스스로를 제대로 세우지 못하였다. 그는 개인적인 능력이나 실력을 뛰어났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어필하고 품을 만한 그릇은 아니었다. 그에게 자신이 27년간 지은 병법서(兵法書)를 주었으나 강유는 승상의 자질이나 큰 리더의 자질이 부족하였다.

그래서 그 당시에 유행했던 말이 있다.

“촉나라에는 장수가 없어 요화가 선봉이 되었네”

이는 제갈량 사후 처절한 상황을 보여준 것이다.
요화는 관우, 장비, 조자룡, 황충 등의 걸출한 장수들에 비하면 나름대로 무실역행(務實力行)한 장수였으나 그들에 비하면 촉한의 북벌정책에는 맞지 않는 장수였다.

제갈량은 뒤늦게 자신의 인재관리나 인재양성에서 잘못되었다는 것을 뉘우치며 눈물을 흘렸다고 삼국지는 전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외골수적인 성격에 대해서는 전혀 반성하지 않았다. 그가 죽을 때 남긴 말이 의미심장하다.

“내가 99번 이겨도 1번 지면 진 것이요, 상대가 99번 져도 1번 이기면 이긴 것이다.” “아 하늘은 왜 이다지도 광대(廣大)하단 말이가?” 하며 장탄식을 했다고 한다.


세상에는 완벽한 리더는 없다. 그리고 카리스마적 리더라고 하여도 극단의 결점이 존재한다. 그 결점 하나가 그 리더를 죽게 만드는 극적인 요소가 된다.

리더쉽은 혼자서 모든 것을 처리하는게 아니라 책임을 분산하고 권한을 나눔으로서 가능해진다. 지극히 평범한 리더쉽의 진리를 아주 특별하게 생각하는 이들을 위해서 오늘의 글을 작성한 것이다. 리더쉽은 평범한 것이다. 그것도 지극히 평범한 것이다. 다만 그 평범함 속에 비범함이 담겨 있다.

내가 내린 리더쉽의 정의는 이것이다. “리더쉽은 곧 책임(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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