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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강연 이야기

미술인문학,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

by 코리안랍비 2022.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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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안개 바다 위 방랑자, 1818년, 독일 낭만주의 작품]

아침에 [인생은 소풍] 이라는 신문기사를 보다가
[안개 바다 위 방랑자] 라는 작품이 보였습니다.
평소 우아한 관찰주의자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
이 작품에 대한 비평기사였습니다.

이 작품은 여러 사진의 형태로 패러디가 되었습니다.
높은 산에 오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찍혀보고 싶은
사진이기도 합니다. 나중에 백두산이나 지리산 정상에 올라서
누군가의 도움으로 흑백 사진을 담고 싶습니다.

이 그림의 작가인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는 1774년
독일 발트 해안의 항구도시인 그라이프스발트에서
10남매 중 여섯째로 태어났으며
루터파 신자인 아버지의 엄격한 종교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는 7살때 어머니가 천연두에 걸려 돌아가시고,
다음 해에는 누이가, 13살 때는 동생이 얼음판이 깨져 구하려다가
익사당하는 사고를 겪었고, 그 뒤를 이어 다른 누이가
사망하는 고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런 가슴 아픈 여러 사망사고의 경험이
그를 우울하고 대인기피증과 자살 충동에 사로잡힌
내면적인 사람으로 만들었습니다.
가슴 아픈 가족의 흑역사를 달래준 것은 다름 아닌 [그림 그리기]였습니다.
그의 그림은 그 자신을 상당히 감정이입을 넘어서
영혼을 담은 것 같이 보입니다.

그는 1794년 덴마크 코펜하겐 왕립미술학교에 유학을 하였습니다.
거기서 그가 유명해진 것은 1810년 덴마크의 빌헬름 황태자가
자신의 그림을 구입하면서 부터입니다.

카스파르의 가장 유명한 그림은 단연 [안개 바다 위 방랑자, 1818]입니다.
이 그림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때까지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사람의 뒷모습을
그렸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그림들은 사람들의 앞모습에 집중하였는데,
카스파르는 자신의 삶의 여정과 성향을 반영이라도 하듯이 뒷모습을 그려 넣었습니다.

어떤 험준한 절벽위에 한 남자가 서 있습니다.
짙은 녹색의 코트를 입고, 긴 지팡이를 짚고 서 있는 모습의 이 남자.
머리는 길지 않으며 바람에 나부끼는 헝크러진 머리가 보입니다.
그러면서 안개가 자욱한 대자연의 풍경을 찬연히 바라보고 있습니다.
눈앞에 펼쳐진 장관에 감탄하고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거대한 자연앞에서 한없이 작은 자신의 존재를 생각하면서
경건함에 휩싸인 것은 아닌지 모릅니다.

이 그림은 후세의 많은 화가들에게 영감을 줍니다.
심지어 많은 사진작가들과 영화인들에게도 영감을 줍니다.
그의 작품을 패러디한 수많은 사진들이 등장한 것이 그 이유입니다.

이 그림 속 배경은 독일과 체코 사이의 엘베사암 산맥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전쟁으로 집을 떠났던 화가가 여행중에 무작정 오른 산이라고 합니다.
(미술평론가 이은화 선생의 글중에서)

그림을 보면 천개의 말보다 더 많은 말을 합니다.
일단 그림속에 주인공의 행색은 등산가의 모습이 아닙니다.
긴 코트를 입고, 지팡이에 의지하여 올라가는 신사의 모습은
평지를 걸어야 맞습니다.
하지만 그는 높은 산에 올라 안개 바다가 감도는 풍경에 압도되어 있습니다.

인생의 여정은 자주 바다를 항해하는 것과
높은 산에 오르는 것에 비유가 됩니다.
물론인생은 마라톤이라고 비유하기도 합니다.
정상에 오른다는 것은 인생의 최고점에 도달했다는 것이기도 하고
아니면 인생의 마지막에 도달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카스파르의 그림에서 우리는 눈앞에 있는 풍경만 아니라
사람의 깊은 내면까지도 캐치할 수 있습니다.
그의 그림은 그의 내면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대자연의 아름다움과 더불어서
인간의 정신적인 충만함이 예술적으로 깃들여져 있습니다.

카스파르의 초상화

<<이 글을 읽으며 카스파르의 이 그림을 10분 이상 감상하십시오>>

지금 저 높이 솟은 봉우리에 올라간 남자의 모습은 비장하기만 합니다.
이 남자 앞에 있는 안개로 둘러싸인 산들의 모습은 밝고 빛납니다.
마치 천국이나 무릉도원을 보는 것 같은 인상을 줍니다.
하지만 이 사람의 등 뒤의 배경은 어둡습니다.
그만큼 그는 어둡고 슬픈 인생길을 걸은 남자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는 대자연앞에 단독자입니다.
많은 사람들을 지상에 두고
홀로 HOLO 솔로 SOLO가 되어 높은 산을 밟았습니다.
그의 모습은 치열하고 힘든 삶의 풍경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대자연을 보면서 자신의 존재는 무척 작고 왜소해 보입니다.
그러면서 안개 바다 위에 소풍을 온 방랑자의 모습은
대자연과 자신과 몰아일체가 된 모습이기도 합니다.

대자연의 아름다움은 자신이 천국에 와 있는 느낌을 충분히 주고도
남을 것입니다. 고독한 남자의 뒷모습은 험하고 힘든 세월을 살아온
인생역정을 한 장면에 담고 있습니다.

인생은 불행도 행복도 같이 가지고 있습니다.
빛도 어둠도 같이 가지고 있습니다.
건강도 병도 같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생은 방랑의 연속입니다.

평소 이 화가는 항시 산책용 지팡이와 스케치 도구를 들고
숲으로 다니곤 했다고 합니다. 그는 늘 혼자 고독하게 다니며
자연과의 대화와 밀회를 즐겼습니다.
그의 했던 말을 인용합니다.

" 지금의 나로 있기 위해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에 몸을 맡겨
구름과 바위와 나 자신이 하나가 되어야겠다.
자연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고독이 필요하다"

미술평론가 이은화 선생의 비평처럼,
이 작품속에서 천상병 시인은 소풍이 생각납니다.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라고 말하리라"
그분이 시 [귀천]의 마지막 부분입니다.

우리도 소풍을 마치는 날이 옵니다.
우리는 이 지구에 영적 여행을 하러 온 사람들입니다.
자연에서 왔으니 자연으로 돌아가야 하는 인생입니다.
우리도 저 고독한 방랑자처럼 정상에 홀로 서면
천상병 시인의 시어처럼 [아름다운 소풍] 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겠습니다.

그는 지금의 독일 [드레스텐]에 묻혀 있다고 합니다.
그의 영혼은 아마도 안개 바다로 가득한 독일의 어느 산맥에
맴돌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가끔은 우리도 높은 산에
홀로 올라가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인생은 소풍입니다.
그리고 함께 가지만 결국 홀로 가는 길입니다.


<<그의 그림은 많은 아류작들을 탄생시켰습니다.
같이 감상하십시오>>

  • 참 다양한 패러디들이 많습니다. - 구글출처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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