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귀고리 소녀1666)
캔버스에 유채로 그림 네덜란드 마우리츠호이스 미술관 소장
5년전 교보문고를 갔다가 [진주 귀고리 소녀] 라는 그림을 보았다.
나는 책을 본 것이 아니었다. 말그대로 그림이었다.
분명히 책이지만 나는 그림을 보았던 것이다.
그 책은 마치 화가가 쓴 책처럼 강렬하게 다가왔고
그래서 결재를 바로 하고 사가지고 천안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내 서가에 꽂아 놓고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 금새 5년이 흘렀고,
오늘 나는 거울을 보다가 [진주 귀고리 소녀]의
강렬하면서 매혹적인 검은 눈동자와 마주치게 되었다.
이 책은 정면으로 보아도 [진주 귀고리 소녀] 가 보인다.
세로로 꽂아 놓아도 [진주 귀고리 소녀]가 보인다.
그 표정이 마치 모나리자를 닮았다.
다빈치가 그려낸 세기의 명작 모나리자라는 여인도 신비의 여인이요,
아름다운 이태리 여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진주 귀고리 소녀]의 두개의 검은 눈동자는 여전히 나를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살짝 앵두같은 입을 열고, 하얀 윗치아들이 보이는 모습이 너무나 관능적이었다. 눈썹이 없지만, 매끈한 고양이 상을 하고 쳐다보는 모습에서 가슴이 모데라토 박자로 쿵쿵거렸다.
이 그림은 그저 검은색 배경에 소녀만을 부각시킨 그림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림속의 소녀에게만 집중하게 된다.
나는 드디어 5년만에 그 책을 열어 보았다.
그리고 미술사책을 보면서 이 그림을 다시 감상하였다.
미술에 관심이 별로 없지만, 이 그림이 이렇게 걸작인줄은 예전에 미쳐 몰랐다.
나는 이 그림을 보고, 1시간을 책을 읽고, 그리고 동명의 영화도 같이 시청하였다.
다시 말하지만, 큰 눈동자와 살짝 벌어진 입술, 머리에 터번을 두른 채 고개를 돌리고 있는 관능적인 소녀의 그림, 단순한 구성이지만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강렬하고 신비로우며 사랑스러운 그림 〈진주 귀고리 소녀〉 가 소설로 나왔다는 것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리고 17세기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이 영화화되어서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었다.
동명의 소설과 영화로도 유명한 이 작품은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작품으로, 이 그림은 ‘북유럽의 모나리자’, ‘네덜란드의 모나리자’라고 불린다.
이 사랑스러운 그림이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요하네스 베르메르(1632-1675)
의 작품이 된 이유는 간단하다. 이 작품에서 베르메르는 단순하고 조화로운 구성, 신비한 분위기, 그가 좋아하던 파랑과 노랑, 전에 없던 특유의 섬세한 진주 빛깔을 내는 빛의 효과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진주 귀고리 소녀"는 베르메르를 단순한 장르화가 이상으로 만들어주는 작품이다. 소녀의 살짝 벌어진 입술이 신비로움에 관능성을 더하고 터빈은 또 여기에 이국적인 느낌을 가미한다.
이 소녀는 누구일까?
의외로 이 소녀의 정체는 쉽게 밝혀진다.
이 그림은 초상화가 아니라 "트로니"로 알려진 베르메르의 시대에 유행했던 여자 머리에 대한 연구이다. "트로니"는 특정 감정이나 유형을 묘사한 것으로,
이 그림은 이국적인 유형을 보여준다.
이 그림의 색채는 생기가 넘치고 붓질은 부드러울뿐 아니라 빛의 뉘앙스를 모두 포착할 정도로 활기가 넘치며, 독특한 구성은 강렬하지만 조화롭다.
그림 전체는 맑고 투명한 빛의 효과에 의해 하나로 통합되었다.
단 두번의 붓칠로 형태를 드러낸 진주 귀고리에 소녀가 입고 있는
옷의 흰색 칼라가 반사되고 있고, 그녀의 두 눈은 반짝이며 터빈에는
작은 점으로 된 하이라이트가 퍼져 있다.
베르메르의 그림에 나오는 [진주 귀고리 소녀]는 실화가 아니다.
그녀가 누구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작가는 그녀를 현대적으로 그려낸다.
이쯤되면 작가도 화가인 샘이다. 둘다 상상력과 추상력 또는 추리력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이다. 창의적인 면이 다분히 들어가는 것이다.
베르메르는 평생 35점의 그림만 남긴다. 그러나 기억되는 그림은 단 1점
바로 [진주 귀고리 소녀]이다. 마치 다빈치 하면 [모나리자] 만 거의 떠오르듯이 말이다. 그리고 이 그림은 [스푸마토] 기법을 이용했다. 이 기법은 윤곽선을 흐리게 하고 모서리를 부드럽게 처리하는 기법으로,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모나리자]에서 활용한 기법인 것이다. 그래서 이 작품이 [북구의 모나리자]가 된 것이다.
작가, 트레이시 슈발리에는 이 소녀의 이름을 가상으로 짓는다. 그 소녀의 이름은 그리트이다. 작가는 베르메르의 그림이 없었다면 이 소설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20세기까지 그리 알려져 있지 않은 베르메르의 그림들, 그러나 이 한편의 그림과 이 한편의 소설이 영화화되면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높은 반향을 일으켰다.
나는 미술과 소설을 같이 보고 있는 호사를 누리게 되었다.
이 책을 다 읽고 서평이랄 것도 없는 서평을 올렸는데,
사실 그림하나가 주는 메세지는 수천개의 문장과 맞먹는다.
그래서 서양속담에 '하나의 그림이 천마디의 말과 같다' 고 하는 것 같다.
그림에 대한 관찰력이나 보는 눈과 지식이 무척 일천한 나로서는
이제는 그림도 보는 우아한 관찰주의자가 되고 싶다.
고흐 그림 이후로 가장 강렬하게 다가온 그림이기에 복사본이라도 구입하여
내 서재에 걸고, 자주 그 [진주 귀고리 소녀]와 마주치고 싶다.
귀에 진주 귀고리를 하고 있지만, 사실 나는 그 소녀의 두 검은 눈동자가 나에게 흑진주처럼 다가온다.
영롱한 그 소녀의 강렬한 눈동자에 매료되어서 오늘 이 더운날에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정신을 차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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