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라파엘 하르파즈 주한 이스라엘 대사가 말하는 가자전쟁 - 월간조선 6월호

이스라엘 이야기

by 코리안랍비 2025. 6. 2. 22:01

본문

728x90
SMALL

라파엘 하르파즈 주한 이스라엘 대사가 말하는 가자전쟁

“여전히 전쟁 강요하는 하마스… 우리의 힘 보여 주겠다”

글 : 백재호  월간조선 기자  1ooho@chosun.com

  •  
  •  
⊙ “하마스, 휴전협정에 ‘진심’ 아니었다… 병력 재편성 기회 삼아”
⊙ “하마스 있는 가자지구는 이스라엘서 불과 수백m… 북한군이 코앞이라고 생각해 보라”
⊙ “트럼프의 ‘가자지구 휴양지화’ 환영… 신선한 발상이라 생각”
⊙ “주민들이 反하마스 시위 주도하자 하마스가 일부 사형하기도”
⊙ “이스라엘의 유엔군 공격 주장은 사실무근… 공격할 이유 있나”
⊙ “韓-이스라엘 모두 도전적인 환경 접하고 있어… 대한민국 더 강해질 것”

라파엘 하르파즈(Rafael Harpaz)
1961년생. 히브리대 국제관계학과 졸업, 텔아비브대 정치외교 및 안보행정 석사(수석) / 주 미국 워싱턴D.C. 이스라엘 대사관 공보관(2005~2009), 주 아제르바이잔 대사(2012~2015), 이스라엘 외무부 중앙아시아 및 코카서스 담당 국장(2015~2018), 주 필리핀 대사(2018~2021),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2021~2024). 現 주한 이스라엘 대사
사진=조준우

  지난 4월 2일 라파엘 하르파즈 주한 이스라엘 대사를 다시 만났다. 작년 12월 4일 인터뷰 이후 123일 만이었다.
 
  하르파즈 대사는 인터뷰에 앞서 “최근 경북 지역에 산불이 난 것을 알고 있다. 안동시는 이스라엘 홀론(Holon)시와 2004년 교류를 시작해 17년째 인연을 이어 온 오랜 친구 같은 도시다. 안동에도 피해가 크다고 들어서 마음이 많이 아프다”면서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은 산불 피해를 입은 안동시 이재민들이 당장 현장에서 필요로 할 세면세트, 슬리퍼, 플리스 조끼, 플리스 긴팔 등을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전달했다”고 했다. 그러고는 웃으며 “왜 왔는지 알고 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고 했다. 기자가 “최근 하마스(Hamas)와 휴전협정이 결렬된 것으로 안다”고 운을 떼자 그의 얼굴은 금방 진지해졌다.
 
 
  하마스, “‘제2의 10월 7일’ 준비하겠다”
 
  ― 하마스가 진심으로 휴전협상에 임하지 않았다고 봅니까?
 
  “그렇습니다. 하마스는 휴전협정을 이용해 병력을 재편성했습니다. 시간을 끌며 그들의 이념에 맞는 인원들을 모집했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습니다.”
 
  ― 현재 잔존하는 하마스 병력 수를 밝힐 수 있을까요?
 
  “정확하게 말해 주기 어렵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 지난번 인터뷰 때 ‘인질 귀환 전까지는 상황이 나아진 것이 아니다’라고 했는데, 현 상황은 어떻습니까?
 
  “현재도 59명의 인질이 억류되어 있습니다. 6주간의 휴전 1단계에서 이스라엘은 지금까지 1900여 명의 하마스 및 테러리스트들을 석방했지만, 하마스는 9차례에 걸쳐 시신 8구를 포함한 이스라엘 인질 33명과 태국인 인질 5명만 추가로 석방했습니다. 매우 적은 수지만 인질이 석방될 수 있었던 것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 덕분입니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의미군요.
 
  “이스라엘은 인질 석방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하지만 하마스는 최근 스티브 위트코프(Steve Witkoff) 미 중동 특사의 휴전 연장 제안도 모두 거절했죠. 심지어 ‘제2의 10월 7일(2023년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침공일)을 준비하겠다’고 했습니다. 우리에게 전쟁을 강요하고 있는 겁니다. 다시 우리의 힘을 보여 줄 수밖에 없습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네요.”
 
  ― 인질들의 상태는 확인 가능합니까?
 
  “30명 이상의 인질이 사망했고 약 24명 생존해 있는 것으로 우리 정보기관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인질들은 모두 끔찍한 상황에서 1년 5개월 이상 억류돼 있습니다. 하마스는 현재 적신월사(Red Crescent Societies·적십자사에 해당하는 이슬람권 기구)의 방문도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인질 석방 않는 한 군사적 압박 지속할 것”
 

 
지난 2월 28일(현지 시각)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블룸필드 스타디움에서, 하마스에 인질로 잡혔다가 이틀 전 시신으로 인도된 차히 이단을 추모하는 공개 추도식이 열렸다. 사진=뉴시스

  ― 모든 인질이 풀려나지 않은 상태에서 전쟁부터 끝내는….
 
  “그럴 일은 없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하마스는 인질들을 풀어 줘야 합니다. 또 가자지구를 계속 통제해서도 안 됩니다. 그들은 항상 이스라엘의 파괴를 원하고 있습니다. 하마스는 우리 국경에서 불과 수백m 떨어져 있습니다. 당장 북한이 100m 앞에 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과연 한국이 납득하겠습니까?”
 
  ― 지난 인터뷰에서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멸절(滅絶)을 원한다’고 했는데, 이러다 결국 멸절되는 건 하마스 아닙니까.
 
  “(이스라엘은) 평화롭게 살기를 진심으로 원합니다. 우리 군이 자국 국민을 보호하겠다는데 누가 우리를 부정할 수 있을까요. 알다시피 이스라엘은 지리상 사방이 적입니다. 그리고 먼저 공격당한 건 이스라엘 아닙니까. 대응이 결코 과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점령 못 하고 있는 겁니까, 안 하고 있는 겁니까?
 
  “오늘은 작심하고 질문을 던지는군요. 좋습니다. 우리는 가자지구를 점령할 의도가 없습니다. 지난 2005년 아리엘 샤론 당시 총리의 제안으로 가자지구 내 21개의 이스라엘 정착촌을 해체하고 8000여 명의 정착민과 군인을 철수시킨 일이 있죠? 당시까지만 해도 가자지구 주민들과 우리는 공존할 수 있었습니다. 희망적이었죠. 가자는 번영하는 사회로 건설될 수 있었습니다. 또 지난 인터뷰 때 나는 ‘종전(終戰)하고 나면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단 1인치도 침범치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마스가 인질을 모두 풀어 주고 떠나기만 한다면 그 장담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지금 가자지구는 지옥… 새출발 필요”
 

 
지난 3월 26일(현지 시각)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 라히아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반(反) 하마스 시위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3월 30일 베탸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구상하는 팔레스타인인의 자발적 이주 방안을 이스라엘이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2월 4일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 주민들을 제3국으로 이주시킨 뒤 가자지구를 ‘중동판 리비에라(Riviera·유럽 남부 지중해 연안 일대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해 국제사회의 강한 반발을 산 바 있다. 하르파즈 대사는 이 상황을 어떻게 볼까?
 
  ― ‘가자지구 휴양지화’도 사실상 침범이라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틀을 깬 신선한 생각이라 하고 싶네요. 이스라엘은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을 환영합니다. 다만, 가자지구를 휴양지화한다고 해서 주민들을 일방적으로 추방하겠다는 건 아닙니다. 확실히 말해 두지만 이주는 ‘주민들이 가자지구에서 떠나기로 동의하고, 주변 국가들이 그들을 받아들이기로 동의할 것’을 전제로만 가능합니다. 지금 가자지구는 지옥입니다. 우리 모두를 위해 새로운 시작이 필요한 시점이라 봅니다.”
 
  ― 현시점에서 주민들 설득이 가능할 것이라 봅니까?
 
  “한 가지 말해 두고 싶은 것은, 지난 3월 26일 가자지구 주민들이 반(反)하마스 시위를 주도했다는 사실입니다. 북부 가자시티에선 이틀 연속 하마스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고요.”
 
  지난 3월 26일 가자지구 주민 수백 명이 ‘하마스 아웃(Out)’ 등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인 일을 말하는 것이었다. 시위는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발라(Deir al-Balah), 알누세이라트(Al-Nuseirat) 난민촌, 베이트 라히아(Beit Lahia) 등 곳곳에서 열렸다. 시위 참여를 독려하는 글이 SNS로 확산되기도 했다.
 
  ― 하마스가 주민들 입장을 무시한다는 뜻인가요?
 
  “무시하는 정도가 아니라, 시위 참여자 일부를 사형했습니다. 제가 늘 강조하지 않습니까, 이스라엘이 싸우는 대상은 하마스이고, 가자 주민들을 해칠 의도가 없다고요. 주민들은 하마스에게 탄압받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당국은 그들에게 새로운 삶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나는 가자지구 주민들도 이주 정책에 동의할 거라고 봅니다. 우리 모두가 행복한 삶을 누릴 권리가 있지 않습니까.”
 
 
  “유엔군·기구를 공격할 이유 없다”
 
  ― 지난 3월 23일 이스마일 바롬(하마스 지도자)을 사살하는 과정에서 민간인이 또 사망했습니다. 이런 일을 최소화할 방안은 없습니까?
 
  “군 작전에 관한 것이어서 답변하기 어렵다는 점 이해 바랍니다. 다만, 이스라엘 국방부와 신베트(Shin Bet·이스라엘 국내 정보기관)는 공격 후 ‘광범위한 정보 수집을 통해 바롬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한 뒤, 주변 사람들이나 시설, 환경의 피해를 가능한 한 최소화하는 정밀한 타격으로 수행됐다’고 밝혔습니다. 무차별적으로 폭격한 게 아닙니다.”
 
  ― 가자지구 내 유엔 직원 폭사자가 280명에 이르는 상황입니다. 이스라엘군 책임론을 회피하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이하 언르와)를 두고 말하는 것 같은데, 책임론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우선, 지난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 당시 언르와 직원들이 기습공격에 연루됐다는 증거가 있고, 이스라엘은 더 이상 언르와를 유엔 산하 기구로 여기지 않습니다. 사실상 하마스를 지원하는, 유엔 기구를 위장한 인원들에 가깝다고 봅니다.”
 
  ― 최근 레바논 남부에 주둔 중인 유엔군을 이스라엘이 공격했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사실이 아닙니다. 이스라엘군은 윤리적인 군대입니다. 유엔 평화유지군을 공격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하르파즈 대사는 일부 언론에서 이스라엘을 악마화하는 데 강한 유감을 피력했다. “이스라엘군을 한갓 ‘파괴자’ ‘침략자’로 보는 것은 편향적인 시각”이라는 것. 그는 “단순히 이스라엘이 ‘몇 명의 사상자를 냈다’ ‘가자지구 내 병원과 학교를 폭격했다’ ‘구호물품의 보급을 끊었다’는 식의 접근이 아니라, ‘왜 이럴 수밖에 없는지’ 봐달라면서, “이스라엘은 침략이 아니라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 3월 23일 발생한 (가자 구호요원 사망) 사건은 현재 철저히 조사 중”이라면서, “사건 전개 과정과 상황 처리를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 이 사건과 관련해 유포되고 있는 문서들을 포함한 모든 주장들을 깊이 있고 철저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건과 별개로, 이스라엘은 비무장 민간인의 희생을 막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고의적으로 휴전안 어기지 않는다”
 

 
지난 2024년 11월 27일 새벽(현지 시각)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휴전이 발효된 가운데 레바논 베이루트 다히예에서 한 남성이 이스라엘군에게 살해된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의 사진을 들고 휴전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최근 하마스와 휴전이 결렬되며 헤즈볼라(Hezbollah)와 휴전도 위태롭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과 전투를 통해 많이 와해된 상태입니다. 레바논 정부가 이 기회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 헤즈볼라와 휴전안 쟁점 중 하나가 레바논 남부 지역에서 양측의 철수입니다. 하지만 헤즈볼라는 철수하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휴전 기간에도 산발적으로 선제공격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 이스라엘이 선제타격한 적은 없나요?
 
  “우리는 헤즈볼라의 도발을 막고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강구합니다. 대부분 헤즈볼라의 공격에 대한 보복공격을 하는 겁니다. 이스라엘은 고의적으로 휴전안을 어기지 않습니다.”
 
  ― 그러니까 선제타격을 한 적도 있다는 얘기군요.
 
  “군 작전 상 ‘선제적 위험’을 억제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봅니다.”
 
  ― 레바논 입장에서는 이스라엘이 자국 영토를 침범한 것 아닌가요.
 
  “우리는 레바논과 좋은 이웃 관계를 유지하고 싶습니다. 알다시피 한 국가에는 하나의 군대만 있어야 합니다. 레바논엔 정규군이 있습니다. 헤즈볼라는 정규군이 아닙니다. 레바논이 헤즈볼라를 적절히 통제하는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테러조직(헤즈볼라)이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일이 없고 우리의 안전을 장담할 수 있다면, 이스라엘군이 철수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르파즈 대사는 “《월간조선》이 이스라엘 상황에 많은 관심을 가져 줘 고맙다”면서, “현재 한국과 이스라엘 양국은 다 도전적인 환경을 접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중동의 유일한 민주주의 국가로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민주적 가치를 지지한다. 앞으로 한국이 더 강해질 것으로 확신한다”는 응원을 전했다.⊙

LIST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