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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 광야투어 - 겸손하게 걸어라. 그리고 생각하라.
지금으로부터 21-2년전 요르단의 페트라와 와디럼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이스라엘 유학중에 요르단에는 2번을 다녀온 샘이다.
그곳 여행의 백미는 페트라이다. 나바티안 족속의 고대왕국이다.
그런데 더 남쪽으로 가면 에돔광야가 나타나는데 그곳에 와디럼이 버티고 있다.
이곳은 유대인들이 이집트에서 나와 가나안 땅에 들어가기 전에 머물렀다고 알려진 광야이다. 에돔이라는 뜻은 ‘붉은’ 이라는 뜻이니, 실제 그 땅은 붉은 사막으로 덮혀 있다.
이곳에서 잠시 광야투어를 하게 되었다. 물론 거리는 수십킬로 가까이 된다.
영국인 가이드에 이끌려서 광야투어를 할 때 였다.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같이 광야투어를 경험하였다. 이곳에서 가이드는 가급적 말을 하지 말고, 자신의 걸음으로 걸으라는 주문을 한다.
그런데 성미급한 한국인이 그냥 그렇게 갈리가 없다. 일단 남자라면 군대도 마쳤으니 객끼라도 부려야 했던 심산이었다. 천천히 걸어야 하는데 성큼성큼 걸었다. 나중에는 그 걸음때문에 더이상 제대로 가지도 못하고 중도에 많이 쉬는 일이 벌어졌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꾸준히 거북이나 자라처럼 계속 걷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어렵게 와디럼의 목적지에 도달하였을 때 그 기쁨과 감격은 이루말할 수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스페인의 ‘산티아고길’ 투어를 한다. 무려 800킬로가 넘는 길이다.
와디람보다 무려 10배 이상의 거리이다. 여행일정상 오래 걸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천천히 걸으면서 나는 수도 없이 많은 생각과 만나게 되었다.
나의 가족, 나의 친구, 나의 형편, 나의 상태, 나의 미래 등에 관한 생각이 주를 이루었다. 그리고 목적지에는 언젠가 가다보면 만날 것이라는 기대감은 크게 갖지 못하였다. 무덥고 힘든 길이었지만 그 길에서 함께 걷는 사람들이 있었고, 이들의 표정은 모두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인상을 받았다. 그래서 넌즈시 영어로 물어보았다. 다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광야길을 걷는 이유도 궁금하였다.
“지금까지 살아온 날이 기적인데, 앞으로 살아갈 날이 기적이어야 한다”라는 감사의 목소리도 듣게 되었다. 유대인들은 오랫동안 이집트에서 노예생활을 하였다. 그런데 이들은 나중 미디안 광야를 거쳐서 에돔광야에 다다랐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가나안으로 들어갔다고 전해진다. 물론 성서지리학에서 밝혀진 말이다. 하지만 정확하게 이들이 이집트 탈출을 어디에 했는지는 확실한 근거는 별로 없다. 다만 이들은 탈출한 것은 분명하다. 탈출하지 않았다면 유대민족도 오늘날 없었을 터이니 말이다.
광야투어는 ‘탈출의 시간’이다. 이 시간 통해서 일상을 탈출한다. 그 말을 일탈이라고 한다.
가끔씩 일탈하고 싶은 요즘이다. 3-40대 인생을 그저 블랙홀처럼 보낸 것이다. 심미적인 순간, 철학적인 순간, 인문학적인 순간을 크게 경험하지 못하고 살았다. 그런데 40대 후반을 넘어 50대 초반으로 접어들면서 나의 인생에서 중요한 대발견이 필요하였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일상을 넘는 기적’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있는 것에 감사하고 그 기적을 누리고 살았다면 앞으로 더 살아갈 것에 감사하고 그 기적을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많은 좋은 분들을 만났다. 그런 분들과는 경쟁보다 경청을 하게 된다.
가짐보다 나눔을 하게 된다. 섬김을 많이 받기도 하고, 섬김을 많이 하기도 한다.
친구라는 것, 우정이라는 것, 그리고 살아가는 기쁨도 발견하는 요즘이다.
인생은 광양길이라고 한다. 그 길에서 사람은 자라게 되고, 그리고 겸손해지고 겸허해지는 순간을 맞이한다. 그럴때 여러 감사한 사람들을 만난다. 그것이 나에게는 일탈이다. 기존의 익숙한 것, 친숙한 것에 속아서 살아오던 패턴에서 새로움에 눈뜬다. 광야투어의 경험은 나에게 심미적인 순간이고 추억이다. 이 순간과 추억이 쌓여서 오늘의 나를 만든 것이다.
일평생 견지하고 살아야 할 것은 생존의 욕구와 더불어 심미적 욕구의 추구이다. 더 나은 삶은 기본에서 출발한다. 기본에서 출발해서 완성도 높은 삶의 추구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기회가 되면 요르단 페트라와 와디럼 투어를 하고 싶다.
아마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
그때는 소처럼 우보만리의 자세로 걷고 싶다.
그리고 소년처럼 다른 이들과 즐겁게 대화하면서
더 나은 일탈을 추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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