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설명│ 최근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① 예컨대 미국 국채 가격은 이스라엘·이란 전쟁 속 큰 폭의 변동성을 보였다. 6월 23일(이하 현지시각) 이란이 카타르 미군 기지를 공격하자 안전 자산(헤지 수단) 선호에 힘입어 국채 가격은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이란 간 휴전을 발표하면서 다시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이처럼 불과 하루 사이에도 전쟁과 휴전 등 예측하지 못한 일이 발생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그간 견고했던 ‘채권 수익률 상승→달러 강세’라는 원칙도 무너지면서, 금리·환율·자산 시장의 전통적인 메커니즘(기존 작동 원리)도 흔들리고 있다. 주식 자산 비중이 과도하게 높은 미국 가계는 금융시장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투자자와 기업은 자산 전략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고금리 시대 고착,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불안, 글로벌 신용평가사의 미국 신용 등급 강등, 공공 시장이 아닌 사모 신용 시장(private credit)이 팽창하면서 보이지 않는 부채와 금융 시스템 리스크 증가, 미국 재정에 대한 신뢰 약화 등이 기업 전략과 투자자 자본 배분 방식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향후 글로벌 자본 흐름과 통화정책, 시장 심리 변화에 따라 새로운 금융 질서가 형성될 가능성도 커졌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지속 가능한 성과를 추구하는 기업과 투자자는 단기 수익보다 장기적인 구조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필자는 미국 재정 상황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면서, 중국보다 미국 국채 보험 비용이 더 비싼 이례적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사모 신용 시장, 과도한 미국 국민의 주식 의존도 위기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향후 새로운 금융 질서가 형성될 가능성에 대비해 포트폴리오·자본 배분 전략을 유연하게 조정할 것을 권고한다.

최근 글로벌 국채 금리 변동은 전 세계 기업가와 투자자에게 ‘금리가 더 오르기 전에 부채를 고정해야 하는가’라는 중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동시에 자본 비용 상승과 시장의 지속적인 변동은 투자 포트폴리오 전반을 재점검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한 달도 되지 않은 사이에 50bp(1bp=0.01%포인트)가 상승해 4.5%를 기록했고, 30년물 수익률도 5월 한 달 동안 30bp 상승하며 5%에 근접했다.
단기적 시장 흐름을 넘어, 장기적으로 세계경제를 재편할 수 있는 다섯 가지 구조적 변화가 이미 시작됐다. 이 같은 변화는 기업 전략을 흔들고 투자 수익을 갉아먹으며, 장기 성장 전망마저 위태롭게 할 수 있다.

美 재정 운용, 이미 지속 불가능한 수준
첫째, 미국의 재정 건전성 악화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이 최근 발표한 장기 예산 전망에 따르면,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올해 4.1%, 2035년에 3.8%일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4.5%를 넘나들고 있고,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미국 연방 정부의 재정 적자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불어날 수 있다. 미국의 재정 운용은 이미 지속 가능하지 않은 수준에 이르렀다. CBO는 2025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적자가 6.2%에서 2055년에는 7.3%까지 확대할 것으로 봤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한다면, GDP 대비 국가 부채는 현재 124.3% 수준에서 2055년 156%까지 치솟을 수 있다.
둘째, 불확실성의 원인은 ②신용부도스와프(CDS)에 있다. CDS는 2007~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유발했던 대표적인 파생 상품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5월 16일 재정 악화를 이유로 미국의 국가 신용 등급을 AAA에서 Aa1로 하향한 이후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연 4.6%, 30년물 금리는 연 5.1%까지 치솟았다. 이로 인해 미국 국채의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대비한 보험료가 급등했다. 현재 미국 ③CDS 스프레드는 비슷한 등급인 영국을 웃돌고, BBB 등급의 그리스와 이탈리아와 비슷한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심지어 A1 등급인 중국보다 미국 국채 보험 비용이 더 많이 드는 상황이다.
셋째, 사모 신용 시장의 불투명성이 장기적인 구조적 취약성을 보여준다. 블랙록은 사모 신용 운용 자산이 2030년까지 4조5000억달러(약 6191조1000억원) 규모로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자금이 사모 신용 시장으로 몰리면서 자산 가격(주식과 채권) 투명성이 떨어지고, 투자자로서는 자산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또한, 불투명한 사모 신용 시장이 확대되면서 레버리지가 과도하게 쌓일 위험성이 커진다. 대부분의 사모 신용 시장은 규제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부채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고, 경제 모델 및 시스템 리스크 평가를 위한 데이터 부족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규제받지 않는 신용 시장은 연쇄적인 붕괴에 특히 취약할 수 있으며, 고금리가 지속되면 디폴트 위험이 더 커진다. 이런 취약성을 방치할 경우, 광범위한 금융 불안과 대규모 실업으로 이어져 결국 경기 침체가 발생할 수 있다.
넷째, 미국 달러와 금리 간 전통적인 관계가 달라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국채 수익률이 오르면 달러 가치가 강세를 보였고, 수익률이 하락하면 달러는 약세를 나타내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3월 말 이후, 미국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달러는 유로화 대비 6% 하락했다. 미국 국채 수익률과 달러 지수 간 괴리는 글로벌 시장이 달러를 보유하는 대가(프리미엄)를 재평가하고 있으며, 더 높은 수익을 요구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미국 주식시장 역시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달러 표시 자산 전반에 대한 ④위험 프리미엄 재조정이 주식시장까지 확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금리가 오르면 기존 채권 가치는 하락하기 때문에, 미 국채도 더 이상 주식시장 변동성에 대한 믿을 만한 안전 자산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상당수 미국 가계가 여전히 주식에 과도하게 노출돼 있다. 미국 가계 금융 자산 중 70% 이상이 주식으로 구성돼 있다는 추정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채 수익률 급등과 경제 불확실성 확대는 특히 우려스럽다. 두 현상 모두 근본적으로 시장구조 변화를 시사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금융 환경에 리스크를 낮추고 성공할 수 있는 기업인과 투자자는 경제 및 지정학적 흐름의 깊은 함의(含意)를 이해하는 이들일 것이다.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대에는 다양한 리스크와 시나리오에 대비해 포트폴리오와 자본 배분 전략을 유연하게 조정할 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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