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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길묻54, 에이미 허먼 [우아한 관찰주의자]를 읽은 소회

by 코리안랍비 2022.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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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은 관찰하고 사람은 성찰한다. 소년의 호기심 어린 눈
    구글출처 이미지



[ 우아한 관찰주의자 ]

"관찰하지 않는 순간 모든 기회는 사라진다."
- 에이미 E. 허먼


'우아하다'는 라는 말은, [고상하고 기품이 있으며 아름답다]라는 뜻이다.
우아한 사람을 보면 저절로 마음에 기쁨이 서서히 차오른다.
그런데 여기에 '관찰주의자'라는 말이 붙으면 의미의 방향이 달라진다.

우아한 관찰주의자란 어떤 사람일까? 말 그대로 우아한 사람이다. 관찰력이 좋거나 뛰어난 사람을 난 우아한 사람이라고 부르고 싶다. 그 이유는 [우아한 관찰주의자]라는 책을 읽으면 금새 발견하게 된다.

사람들은 많은 것을 본다. 하루에도 수백 수천명의 사람들과 무수한 사물들을 들여다 본다. 여기에 자연현상까지 눈으로 본다.

도로에 차들이 지나가는 것을 본다.
육교와 인도에 사람들이 바삐 지나가는 것을 본다.
개를 데리고 가는 사람, 팔짱이나 손을 잡고가는 연인들도 본다.
산에 오르는 사람들도 있고, 산책로를 따라서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걷는 사람들도 본다.
가만히 앉아서 책을 읽거나 음악감상을 하는 사람들도 본다.
세상이 온통 보이는 것 투성이다.
시각이라는 감각은 어쩌면 신이 주신 최고의 감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많이 보는 것이 아니라 많이 보는데도 반드시 봐야 할 것을 놓치는 것이다.

에이미 E. 허먼의 <우아한 관찰주의자>는 눈에 들어오는 수많은 정보 중에 중요한 것을 가려내는 능력을 기르는 법을 알려준다. 변호사이자 미술사가인 저자는 지난 15년간 '지각의 기술(The art of perception)'이라는 강의를 진행했다.

이 강의는 미술 작품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분석하는 훈련으로 이루어졌으며, 의사, 변호사, 경찰 등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수강했다.

저자에 따르면 미술 작품은 관찰력을 기르는 연습을 하는 데 탁월한 수단이다. 작가에 따라 생략하거나 강조하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낯선 장면을 파악하고 분석하는 훈련을 할 수 있고,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주의할 점은 미술 작품을 '보는' 게 아니라 '관찰하는' 것이다. 보는 것은 이미지를 자동적, 무의식적으로 기록하는 행위인 반면, 관찰하는 것은 이미지를 의식적으로 생각하면서 기록하는 행위다. 미술 작품을 볼 때는 눈에 보이는 이미지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작가가 무엇을 어떻게 왜 표현했는지 분석해야 한다.

관찰력은 업무 능력을 높이는 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직업이 의사라면 환자가 말하지 않는 증상이나 병을 야기한 습관이나 행동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직업이 경찰이라면 범죄 현장에 남아 있는 범인의 특징이나 사건의 특이점 등을 비교적 수월하게 찾을 수 있다. 직업이 교사라면 학생의 발언이나 행동을 통해 학생의 잠재력을 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직업이 회사원이라면 세부정보를 놓치거나 말을 잘못 전달해서 발생할 수 있는 트러블을 미리 막을 수 있다.

"당신이 눈을 뜨고 세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바라보길 바란다. 분명 눈이 감겨 있다는 사실도 몰랐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책에는 저자가 강의에 활용한 그림이 여러 장 실려 있어 내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못 보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그림이 나올 때마다 뚫어지게 쳐다보고 어떤 건 일부러 암기까지 했지만 저자의 질문에 전부 답하기란 어려웠다.

그림을 분명히 봤는데도 그림 속 여인의 드레스 색상이 무엇이었는지, 소매에 달린 흰색 레이스가 한 겹이었는지 두 겹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만큼 내가 대강 보고 대충 넘기며 살고 있다는 뜻이리라.

관찰을 할 때는 눈에 보이는 이미지를 자세하게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편견 없이 받아들이는 자세도 중요하다. 그림 속에 친밀해 보이는 남자와 여자가 있다고 해서 두 사람을 부부나 연인으로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 피부색이 검다고 해서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라고 지레짐작해서도 안 되고(아프리카계가 아닐 수도 있고 미국인이 아닐 수도 있다), 명품을 걸쳤다고 해서 부자라고 섣불리 판단해서도 안 된다.

남들이 보고 생각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여서도 안 되고, 상식이나 고정관념을 그대로 적용해서도 안 된다. 눈에 보이는 것은 오로지 나의 관점과 경험을 근거로 파악하고 분석해야 하며, 모든 사람과 상황을 똑같이 대하지 말고 개별적으로 고유하게 다뤄야 한다. 뻔한 교훈이지만 미술 이야기를 곁들이니 신선하고, 직접 그림을 보며 내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못 보는지 확인까지 하니 예사롭게 여겨지지 않았다. 저자의 다른 책을 읽어보고 싶다.



이스라엘에서 가이드를 열심히 할 때이다. 유학하면서 방학을 이용하여 가이드 잡을 많이 해 보았다. 가이드를 하려면 일단 관광코스에 대한 상세한 공부가 되어 있어야 한다. 현지의 언어는 기본이다. 그리고 보이는 유물과 유적지에 대한 것, 그리고 그곳의 문화와 풍토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관심을 가지고 관광코스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필요한 사진들도 담았다. 무엇보다 가이드북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약 몇백편의 자료를 머리에 입력하고, 필드에 나간다.

필드에 가서 열심히 설명을 해주고 안내를 한다. 사람들은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분들이 많다. 일단 밖에 나가면 덥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국땅에 왔으니 일단 모든 것이 신기하고 낯설기만 하다. 그래서 연방 후레쉬 카메라를 터트린다.

가이드를 하면서 내가 바라는 점은 깊이 있는 관찰이다. 사진을 막 찍는 사람들은 중요한 포인트를 놓치기 쉽다. 그래서 나는 사진찍는 분들에게 "카메라 렌즈보다 눈의 렌즈에 이곳의 느낌을 깊이 담으세요"라고 말을 한다.

그러면 "남는 것은 사진인데요" 라고 반문을 한다. 나는 "사진은 남아도, 느낌은 안남아요" 라고 말을 한다. 나는 사진보다 "느낌과 추억"이 더 중요하다.
사진은 솔직히 전문작가들이 만든 사진을 가지고 있는 것이 더 좋다. 아니면 화보집을 구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어떤 팀에게 나는 [올리브 나무]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을 해주었다. 그 팀원중에 한분이 계속 질문을 한다. 그리고 '올리브 나무'를 만져보고, 흔들어보고, 열매와 잎새도 뚫어지게 들여다 본다. 그분과 나는 그 밤을 이야기로 보내었다. 나중에 보니 그 분은 의사였고 탁월한 관찰자였다. 나중에 "나는 이스라엘에 와서 가장 큰 수확이 수천장의 사진이 아니라 선생님의 탁월한 현장수업과 친절하고 상세한 설명이었다"라고 하였다.
단순 관광객이 되지 말고 관찰자가 되어 보자. 그것도 우아한 관찰자가 되어 보자.

잠시 가수 비욘세 이야기로 가본다. 비욘세는 노래하다가 마이크를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경우가 있다. 공연중에 연방 비욘세의 공연을 카메라로 담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에게 마이크를 들이대자, 그 사람은 몇마디 가사도 못 부르고, 카메라 셔터를 누르느라 중요한 포인트를 놓쳤다.

비욘세는 "제가 바로 당신 앞에 있잖아요" 라는 말을 한다. 비욘세는 단순한 사진보다 육안으로 자신에게 집중해주기를 바라였던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관찰은 발견이다" 라는 말을 했다. 꾸준한 관찰이 곧 발견을 낳는다는 것이다.

아이작 뉴턴도 "내가 위대한 과학자가 된 것은 꾸준한 관찰과 남다른 지속적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라고 말했다.

시인들도 관찰력이 뛰어나야 한다.
상상력만으로 글을 잘 쓰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 시만큼 우아한 관찰력이 담긴 것을 본적이 없다.
그래서 많은 이로부터 사랑받나보다.

나태주의 [풀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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