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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길묻 31, 셰익스피어 [베니스의 상인] 사회학적 읽기

by 코리안랍비 2022.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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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

스피노자라는 철학자가 이렇게 말했다.
"현재가 과거와 다르기를 바란다면 과거를 공부하라"

얼마전 어느 글을 읽다가 발견하였다.
많은 글들을 읽다보면, 밭속에 진주같은 문장을 만나게 된다.
많은 책들을 읽다보면, 어느새 나도 그 책의 일부가 된다.
그 일부가 되어서 그 속에서 걷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대학시절에 영어영문학과 수업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물론 영미문학 수업이었는데 정식수강생이 아니라, 그저 듣고 싶어서 청강을 하게되었다. 그때 잠시 한학기간 공부한 것은, 셰익스피어의 저작들이었다. 그때 왜 그가 위대한 극작가이며, 위대한 영국인인지 발견하는 시간이 되었다. 지금도 내 서재에는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이 거의다 있으며, 가끔씩 읽곤한다.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은 "셰익스피어를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고 말할 정도로그를 아끼고, 심지어 숭상을 했다. 물론 셰익스피어는 지금으로부터 몇 백년전 사람이다. 이 사람의 저작을 오늘날 다시 만난다. 그 중에서도 <베니스의 상인>을 만난다.

  • 베니스의 상인 - 연극으로는 세번 보았다. - 샤일록은 나쁜 사람인가 아닌가...
    구글출처 이미지 - 베니스의 상인


이 작품은 그 자체로 아이러니를 담고 있다. 유태인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고, 금융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당시의 월스트리트는 바로 베네치아였다. 은행업이 태동한 중세 도시 베네치아에서 유대인 [샤일록] 이라는 인물을 다시 보려고 한다.
나는 타임머신을 타고 그 당시로 돌아가서, 부정적인 인상을 가진 샤일록에 대해서 다른 각도로 살펴보며, 또한 성서와 여러 문헌을 통해서 독서지평을 넓히려고 한다.

고전의 맹점이 있다. 바로 과거의 유물이면서도, 지금까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정작 그 원전을 제대로 접해 본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고전읽기는 실로 고전하기 때문이다.

2005년도에 알 파치노 주연의 <베니스의 상인>을 한국에서 본적이 있다. 이 글을 쓰면서도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롭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 작품은 알려져있고, 심지어 여러 교과서에도 등장한다. 연극은 물론이다. 대충 내용은 간단하다.

고리대금업자인 샤일록은 베니스의 다른 상인인 안토니오에게 300다켓의 돈을 빌려주고, 기한 내에 갚지 못하면 대신 살 1파운드를 베어내겠다는 계약을 맺는다. 절친한 친구 베사니오의 구혼자금을 위해 돈을 빌린 안토니오는 자신의 배가 연달아 침몰하는 불운을 맞는다. 돈을 갚지 못한 안토니오에게 샤일록은 자비를 베푸는 대신에 법정투쟁까지 불사하면서 살 1파운드를 베어낼 것을 요구한다.
베사니오의 배우자가 된 공주이면서 현명한 여성인 포시아(린 콜린스)는 젊은 법률학자로서 위장해 "살은 베어내되 피는 한 방울도 흘려서는 안 된다"는 명판결로 안토니오를 구해내고, 남의 목숨을 노린 죄로 샤일록의 전 재산을 몰수한다.
안토니오와 친구 베사니오, 그리고 자비로운 베네치아의 시민들 입장에서는 완벽한 해피 엔딩(행복한 결말)이지만, 샤일록에는 해피 엔드(행복 끝)가 된다.

그 당시에 베네치아 공국은 그리스도인들은 대출업이 금기가 되었다. 일단 성서에 에서도 고리대금업을 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정신에 어긋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유대인들에게만은 그것이 허용되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유대인들은 금융에 관관한 전문가집단이었다. 그렇지만 그 당시에 유대인들은 많은 차별을 받았고, 그리고 가장 천한 민족으로 치부를 받았다. 하지만 베네치아 공국에서 유대인들만큼 자본에 밝은 사람들이 없었고, 방카(BANKA)라고 하는 지금의 은행개념을 만들었던 사람들이다. 방카라는 것은 거리에 긴 탁자를 놓고 영업을 하는 행위였는데, 그 긴 탁자를 바로 방코BANKO라고 불렀다. 지금의 은행을 의미하는 BANK가 여기서 생성된 것이다. 샤일록은 바로 그 당시의 은행장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여기서 중요한 역사적인 사실은 베네치아가 제일먼저 게토 GETTO라는 유대인 거주지를 만든 곳이다. 일종의 인종차별정책이다. 유대인들은 자신의 거주지를 벗어나려면 반드시 붉은 모자를 써야한다.

이러한 배경과 더불어서 기독자들은 유대인들을 개와 돼지처럼 취급을 하고, 성서를 준 민족을 오히려 성서로 정죄를 했다.

<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하는 샤일록은 타인을 배려하는 정의로운 사람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그에게 정의는 법이며, 법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냉혈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의 <법대로 하자는 사람들>도 샤일록의 성격을 어느 정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샤일록에 대한 후대의 해석은 의견이 분분하다.

<베니스의 상인>을 제대로 읽으려면, 성서와 더불어서 몇몇 고전들을 어느 정도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살 1파운드의 시험은 사실 1막에서부터 시작된다.
샤일록과 안토니와는 단순히 다른 개인이 아니라,
신앙과 신념의 원칙에 따라 살기 때문에 유대교와 기독교의 전형으로 제시되어진다. 샤일록은 자신에게서 "재산을 빼어 가는 사람은 자신의 생명을 빼앗아 가는 사람과 다름이 없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이 샤일록은 아주 야심이 강한 성서의 [야곱]이라는 인물과 암시하고있다. 샤일록은 함무라비 법전에서 말한대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사고방식에 젖은 사람이다. (서길수의 비평논문)

샤일록과 안토니오는 서로 대칭관계에 있는 인물들이다.
"베니스에서 저자를 제거한다면 어떤 장사도 마음대로 할 수 있다" <3막 1장>라고 생각하며 안토니오에 대한 적개심을 늘 품고 있었다. 샤일록은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안토니와 때문에 자신도 이자율을 낮춤으로서 항상 손해를 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성서 신명기 23:19은 말한다.
"돈의 이자, 식물의 이자, 이자를 낼만한 모든 것의 이자를 받지 말라" 라고 한다.
아직도 유대인들이나 이슬람인들은 자국민들에게 이자를 받지 않는 제도가 남아 있다. 그런데 당시의 기독교인들은 이자를 10% 정도는 받더라도 더 높은 이자를 받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었다.

한편 안토니오의 친구인 바사니오는 무절제한 생활로 빚더미에 올라 있고,
이미 안토니오에게도막대한 빚을 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그는 벨몬트의 유산상속녀인 포오샤에게 구혼해 빚을 청산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사실 안토니오도 해외에 나가 있는 상업선박에 투자해서 거의 무일푼인 상태였다. 이 와중에 친구 바사니오를 위해 안토니오는 자신의 몸을 샤일록에 저당잡히고, 3천 더컷 DUCUT을 빌리기로 한다. 샤일록은 안토니오가 보증을 선다면 이자는 받지 않고, 돈을 빌려 줄 수 있음을 내비친다.

"저자가 기독교라는 사실 때문에도 밉지만
겸손한 척 비열하고 순박한 척 우매하게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어서 여기 베니스에서 우리 대금업자의 금리를
낮ㅊ루기 때문에 더욱 밉다. 그 놈의 덜미만 잡았다 하면
나는 내가 그놈에게 품고 있던 해묵은 원한을
마음껏 풀고야 말테다.
그 놈은 신성한 우리 민족을 증오하고, 심지어
대다수의 상인들이 운집하여 있던 곳까지 나와 나의 상거래,
그리고 나의 애써 모은 내 재산을 고리대금이라고 부르면서
마구 비난을 퍼붓는다. 내가 만일 저런 놈을 용서한다면
내 종족은 저주를 내릴지어다!!

결국 샤일록은 안토니오에게 3000더컷에 해당하는 차용증서를 써주고 된다. 그런데 얼마후 안토니오의 상선이 침몰하게 되어, 파산하게 되고 변제기일인 3개월이 되자 샤일록은 자신의 본성을 드러낸다.

"자비니 뭐니 하는 말은 하지 말라"<3.3.1>

"나는 맹세를 했고, 증서대로 시행하고 말겠다고.,
당신은 나를 개라고 불렀소. 그럴만한 이유도 없으면서 말이오.
그러나 나는 개이기 때문에, 내 이빨을 조심하시오.
공작님께서도 내가 내 일을 법대로 처리하도록 허락해 주실 것이오"
(3막 3장 5-8)

결국 중대한 재판이 시작된다. 4막 1장의 법정장면은 <베니스의 상인>의 절정을 이루며, 극적 반전은 포오샤라는 인물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포오샤는 남장을 하고, 변호인이 되어 법정에서 변론을 한다.

포오샤는 여러번에 걸쳐 샤일록을 설득한다.
심지어 안토니오의 살 1파운드 대신 차용금액의 세배의 손해배상을 받으라고 설득하기도 한다. 그러나 샤일록은 "베니스를 다 준다고 해도, 심경의 변화가 없을 것이며, 자신이 원하는 것은 심장에서 가까운 안토니오의 살 1 파운드 뿐이오" 라고 항변한다.

중략하고, 포오샤는 샤일록을 향해 안토니오의 가슴에서 살을 1파운드를 잘라가도 좋으며, 법정이 이를 인정한다고 말한자, 샤일록은 환희에 찬 모습으로 안토니오의 가슴에 칼을 대려고 한다. 그 순간 포오샤가 샤일록의 행동을 막아선다.

"잠깐 멈추시오, 아직 할 말이 더 있습니다. 여기 이 증서에 의하면 단 한방울의 피도 그대에게 주도록 되어 있지 않다. 다만 이 증서에는 오로지 살 1파운드라고 분명히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대의 증서대로 시행하십시오."(4막 1장)

이에 샤일록은 놀란 표정을 짓는다.
"그것이 법률이옵니까?"

얼마후 이 모든 재판절차는 완전히 뒤집힌다.
현명한 포오샤의 판단은 안토니오의 목숨을 구하고, 도리어 샤일록의 전재산이 몰수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이 극본은 "햄릿 이후 가장 비현실적이다" 라고 평가를 받는다.

사실 법의 정신면에서, "법정신을 존중하는 사람이 샤일록이고, 이를 존중하지 않은 사람이 포오샤이다" 라고 이글턴이라는 문학평론가는 말한다.
그렇지만 사회정의적 측면에서 보면 자비의 정신을 강조한 포오샤의 현명함도 중요한 것이다.

서울산업대 영문학 교수 이희원 선생은 말한다.
"베니스의 상인을 그 희극구조와 정신에 역행해 오늘의 시각으로 읽어보면,
자본주의가 새로 부상한 시대의 베네치아 귀족 및 상인들이 어떤 식으로 당대의
이방인인 유대인들을 소외시키면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해 나갔는지 쉽게 리얼하게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 고전을 읽으면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샤일록이 보여주는 복수의 전략으로 포오샤의 자비의 전술에 대항하는 것도 현명한 대책이 아니라는 점이다"

여기 베네치아의 법정을 잘 보면,
유대인과 기독교인간의 대립구조가 첨예하게 나타나며, 인종차별과 편견을 보여주고, 냉정과 온정사이의 갈등구조도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 법정은 공정하였는가, 실상은 아니다. 포오샤의 판결은 불완전한 판결이며, 당시의 베니스의 귀족들에게 유리한 불평등한 법인 것이다. 이렇게 보면 인간의 법은 불완전하여 불평등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법앞에 평등' 이라는 구호는 절대적이지 않다.

  • 구글출처 이미지 - 샤일록의 한 장면


한편 더 생각해 볼 것은,
그 당시 기독교인들은 상업은 허용하되, 고리대금업은 왜 허용하지 않았는지가 아이러니다. 상업활동은 물건을 사고 파는 일이기도 하지만, 상당부분 금융거래와 직결된다. 또한 주변의 인적 네트워크와도 관련이 깊다. 기독교인들이 중상주의를 강조하면서도, 당시 르네상스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고리대금업을 하게 되면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는 천시받는 상업주의의 일부여서 그럴지도 모른다. 아니면 적어도 금융과 그에 따른 법율에 대해서는 유대인들만의 노하우와 전문성을 갖고 있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내가 봐서는 후자의 측면이 강하다.

이를 위해서 나는 하나의 명저를 추천한다.
바로 <세계 역사를 뒤흔든 금융이야기>이다.
저자는 중국계인물인 금융박물관 이사장인 왕웨이다.
그는 대중에게 널리 금융지식을 보급함으로써, 금융이 소수의 이익이 아닌
사회 전체의 발달에 기여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이 책을 기술하였다.
나로서는 인류가 만든 위대한 발명품중에 하나가 금융인데, 이 금융이 만들어가는 세계와 세계상이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갈지가 하나의 관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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