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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길묻 11, 에밀리 브론테 [폭풍의 언덕] 인문학적 읽기

by 코리안랍비 2022.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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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브론테 [폭풍의 언덕].
  • 에밀리 보론테-초상화 - 문학소녀의 위대함
    구글출처 이미지

 



에밀리 브론테 [폭풍의 언덕 Wuthering Heights]


오늘 늦게 집에 와서 서재를 정리하다가
아버지가 생전에 사셨던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를 다시 보게 되었다.(이 글은 2019년 12월 작성)

1981년도판 금성출판사에서 발행한 책들인데,
책 머리에는 먼지가 세월의 두께만큼 쌓여 있었고,
나는 한권 한권 빼서 먼지를 털어내고 새롭게 다른 책장에 꽂아 나갔다.

생전에 책을 사랑하신 아버지의 전집이라
아버지 생각을 하면서 그 책들을 다시 다른 곳에 꽂아 나갔다.
그 책들은 가로로 되어 있지 않고 세로양식으로 되어 있다.
지금의 세대라면 읽기는 커녕 버릴 책들이다.

와이프는 이런 나를 연신 쳐다본다.
그리고 이미 짐이 되어 버린 늙은? 책들을 보면서 말한다.

"필요없는 책들은 버려라"

나는 그 말이 무척 슬프게 느껴졌다.

"과연 세상에 필요없는 책이 있을까?" 라고 반문한다.
버려지는 책은 마치 버려지는 사람처럼 보인다.

와이프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는다.
책을 사랑하고, 독서하기를 밥먹듯이 하는
나를 보면 답답하기도 할 것이다.
와이프는 중문학을 전공한 사람이다.
나는 경영학과 교육학 성서학을 전공한 사람이다.
그런데 나는 문학에 더 관심이 많고,
와이프는 이미 문학?을 버렸다.

물론 먹고 사는 일이 바빠서 책읽을 겨를이 없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먹고 사는 일이 바빠도 책읽을 겨를은 늘 있다.
내가 그 증거다.


어느날은 "당신은 나랑 결혼한거냐, 책과 결혼한거냐?"
"나는 그대와 결혼한거지 책과 결혼하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그대랑 결혼할 때는 주례목사님이 계셨지만,
책은 주례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잠시후 40여권의 세월과 함께 늙어버린? 책들을 새롭게 꽂고서, 그 중에 하나를 끄내어 보았다. 바로 에밀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이다.

이 작품은 죽음을 초월한 정열적인 사랑과 애증을 감동적으로 묘사한 불후의 명작으로 평가된다.

 

  • 영국의 위대한 작가 - 에밀리 브론테 - 폭풍의 언덕표지
    구글출처 이미지

 



내가 청년시절 목표로 삼았던 것은 전 세계의 고전이란 고전은 다 읽어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오랫동안 읽어보지 못한 것이 [폭풍의 언덕]이다. 늘 서재에는 꽂혀져 있었지만 외면받은 책이다. 나는 그녀의 문학을 다시 살려 놓고 싶었다. 잊혀져버린 작가, 잊혀져버린 책이지만 누군가가 다시 진가를 인정해주면 다시 살아가는 것이 문학이며 고전이다.

책이란게 그렇다.
읽은 책만 책이다.
읽지 않은 책은 책이 아니다.
그런면에서 나는 에밀 브론테를 알지를 못했다.
그녀는 생전에 단 한권의 소설만 남긴다. 그런데 그녀의 이 소설이 세계
적인 고전의 반열에 올라 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에밀 브론테는 겨우 30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다.
[폭풍의 언덕]은 실제 있었던 곳이며, 그곳을 그녀는 모티프로 삼아 대작을 남긴다.

나는 내 나이 36살이 되어서야 그녀의 책을 읽어 보았다.
처음에는 속도가 나지 않지만,
읽으면 읽을 수록 에밀 브론테 특유의 글솜씨가 나오기 시작한다.
그녀에 대한 이야기도 드라마틱하다.

에밀 브론테는 풍부한 인생경험을 쌓은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풍부한 학식을 쌓은 여성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런 훌륭한 명작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실로 불가사의한 일이다.
그녀는 잉글랜드 북부의 요크셔에서 30년을 보낸다.
그리고 사람들과의 접촉도 거의 없고, 그저 자신의 동생 앤과 대화하는 일이
전부였다고 한다. 지금으로 말하면 [은둔형 외톨이]라고 할 수 있다.
아니면 [대인기피증 환자]라고도 할 수 있다.
너무나 소심하고 외롭고 우울한 여자였음에 틀림없다.

그런 그녀에게 독서는 외부세계로 열린 창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1800년대 중반에 여성들이 읽어야 할 책이라는 것이 과연
얼마나 많았을까? 그 폭이 너무나 좁고 단편적이었을 것이다.
영국에는 당시 걸출한 문학인들이 많았다. 셰익스피어, 윌리엄 워즈워드, 바이런, 스콧 제럴드, 찰스 디킨즈, 골드 스미스 등의 작가들이 영국출신이다.

그런 궁벽한 시골에서 이런 사랑과 영혼을 불태우는 정념의 소설을 썼다는 것은 실로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에밀리 브론테 작품의 큰 특징을 발견한다.
인간이 자연을 대하는 태도가 자연에 순응하거나,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보거나, 파괴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다. 그녀는 [폭풍의 언덕]이라는 제목을 통해서 보듯이, 자연을 인간처럼 분노하고, 인간처럼 부르짖고, 인간처럼 웃으며, 인간처럼 슬퍼하며, 인간적인 평온을 찾아가는 존재로 여긴다. 그녀는 자연을 인간과 호흡하고, 인간과 함께 하는 공통의 생명관계로 바라본다.


에밀리 브론테의 작품의 또다른 큰 특징은, 현대와 통하는 하나의 새로움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그녀가 사용하는 언어에 있다. 그녀는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말로 소설을 구성을 구성했다는 것이다.

어느 자료를 보면, 버지니아 울프가
에밀리 브론테의 이 작품을 평한다.

[최소한의 터치로 몸뚱이를 그릴 필요가 없을 정도로 얼굴에 생기가 돌게 만드록, 황야에 대해서 묘사하면 바람이 일고 천둥이 울린다] ㅡ 참 멋진 표현이다.

그녀 생의 대부분은 요크셔에서 지낸다. 그녀는 겨우 소설 하나 남기고, 200수 정도되는 시를 남긴다. 잠시 브뤼셀에 유학을 다녀온 것 빼고는 30년 6개월의 짧은 생애는 기구하기만하다.
다만 그녀의 언니 샤알로트에 의해서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이 세상에 크게 뜨게 된다. 그 언니인 샤알로트는 [제인 에어]를 쓴 유명한 소설가이다.

그녀의 오빠인 브랜웰이 과도한 술과 아편으로 몸을 망쳐 결국 결핵으로 죽게 된다. 그 오빠의 장례식을 치루면서 에밀리 브론테는 독감에 걸리게 된다.
그러나 그녀는 의사를 부르거나 약을 먹지 않는다.
심지어 자리에 눕지도 않는다.
그러다가 그녀는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져서 뒤 늦게 의사를 부른다.

그리고 30세의 그녀의 생명의 초는 다 타버리고,
거실의 소파위에서 숨을 거두었다고 전한다.

두 브론테 자매는 영국문학에서 불멸의 금자탑을 쌓았다.
[제인 에어]보다 [풍풍의 언덕]이 영국문학계에서는 더 대단한 작품으로 여겨지는 것은 폐쇄적이고 고립된 인생을 산 에밀리의 인생에서 이런 보석같은 작품이 나왔다는 것을 염두해 두고 있는 것이다.

나는 단 한편의 소설을 남기고 간
에밀리 브론테를 동정하지 않는다.
이 천재적 작가의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
큰 다행이라고 여긴다.
한번쯤 누구나 시처럼 소설처럼 사는 순간이 있어야 한다.
인생은 짧다. 우리에게 허락한 생명의 시간은 많지 않다.
녹슬이 죽는나 닳아서 죽어야 한다.


에밀리 브론테는 짧고 강렬하게 살다가 젋은날 요절을 했지만
그녀는 우리를 아직도 [폭풍의 언덕]으로 초대하고 있다.
시간이 나면, 그녀의 책속으로 들어가 보자.
되도록이면 지금 여기서 그 책을 붙들어라.
만약에 내가 카페를 차린다면 '폭풍의 언덕'이라고 짖고 싶다. 이상하게 오게 될 것이다. 

읽기를 강요하지는 않겠다. 적어도 에밀 브론테와 그녀의 작품 [폭풍의 언덕] 이 있다는 것은 기억해 주기를 바란다.

  • 에밀리 보론테 - 폭풍의 언덕 - 영화 표지
    구글출처 이미지



마지막으로 그녀의 시중에 하나를 소개한다.
한국에서는 아마도 그녀의 시를 본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
그녀는 자신을 새장 속의 새처럼 묘사하는 시인데,
너무 실감이 나서 여기에 담아본다.


새장 속의 새
에밀리 브론테

그 새는 나와 같이 외로운 외톨이로
긴 하루를 햇살이 반짝이는 것을 보고 있다
그리고 나와 같이 끊임없는 슬픔으로
신음소리를 지른다

우리는 산을 향해 똑같은 기도를 올린다
산들바람 부는 땅위의 산들과
하늘의 푸른 바다에
우리가 이 세상에서 바라고 찾는 것은
오직 자기 자신의 마음과 자유뿐

아아, 이 손으로 저 사슬을 풀어 줄 수 있다면
하늘 높이 날아가는 것을
얼마나 기쁘게 지켜볼 것인가,
반짝이는 저 눈빛을 다시 볼 수 없다 해도
후회도 탄식도 하지 않으리

그러나 오늘은 설사
차가운 포로의 신세를 한탄할지라도
내일이면 더불어 영원히 완전히
자유롭게 하늘을 날리라 생각하자

- 1841년 2월 27일날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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